저가형 반도체시장 공략, 기술력 확보 어려워진 영향
물량공세로 내수시장 충족, 글로벌영향력 확보 미지수

중국이 중저가 반도체 공장 수를 늘려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픽사베이
중국이 중저가 반도체 공장 수를 늘려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한동현 기자] 중국이 반도체 공장(팹)을 증설하면서 반도체 굴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공장 수를 늘리고 기술력 대신 중저가 물량공세로 시장을 장악하려 한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한·미·일·대만 4개국 칩4 동맹을 추진하면서 이에 대한 탈출구로 기존 반도체 굴기 방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통계를 보도했다.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공장 건설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2024년까지 총 31개의 팹을 건설할 계획이다. 같은 기간 동안 대만은 19개, 미국 12개 팹 구축계획과 비교하면 가장 많은 수준이다. 

중국이 추진 중인 팹 확장 정책은 최첨단 공정보다 저가형 칩에 치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WSJ은 중국이 기술경쟁에서 밀리자 저가 반도체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역으로 첨단 공정에 집중하는 경쟁국가 기업의 빈자리를 차지한다는 계획이다.

중저가 시장을 중국이 차지하면 기술력으로 앞서도 시장 장악력을 뺏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보기술(IT)산업 컨설팅업체 IBS에 따르면 구식인 28나노 공정 반도체 수요가 2030년까지 281억달러(약 36조9000억원)로 3배 이상 증가하고 28나노 칩의 40%가 중국에서 생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500억달러가량을 투입할 예정이고 최대 10년까지 반도체 생산기업의 법인세 면제 혜택도 제공할 계획이다.

반면 미국은 첨단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한 반도체 육성법 중 520억달러(약 68조2000억원) 지원 부분만 별도로 떼어 입법처리할 예정이다. 이 경우 구형 중저가형 반도체시장에 대한 지원책은 제외된다.

업계는 반도체산업에서 미국과 중국의 양강구도 속에서 줄타기를 하던 국내 기업들이 이제 편을 정할 때라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원천기술력을 공급받는 것을 염두에 두면 장기적으로 미국의 칩4동맹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파운드리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던 것을 급작스럽게 전환하기도 쉽지 않기에 중국과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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