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주요 기업 재고자산 급증
공급망 차질, 원료비 상승 등 대내외 악재로 수요 감소
기업, 공장 가동률 낮추고 투자 계획 수정하며 대응 나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이어 경기 침체 우려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재고가 대폭 늘어나면서 ‘R(Recession)의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이어 경기 침체 우려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재고가 대폭 늘어나면서 ‘R(Recession)의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박정아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기업들의 재고가 대폭 늘어나면서 산업계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이어 경기 침체 우려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R(Recession)의 공포’가 현실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삼성전자의 재고자산 총액은 52조922억원이다. 지난해 말 41조3844억원에서 26% 증가했다. 전체 자산 대비 재고자산 비율은 9.7%에서 11.6%로 올랐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이 50조원을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반도체 투톱인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은 11조878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8조9166억원에서 33% 증가하며 10조원을 돌파했다. SK의 재고자산 총액도 지난해 말 10조6807억원에서 16조9236억원으로 58% 급증했다.

LG디스플레이도 재고가 늘고 있다. 지난해 말 3조3503억원으로 집계된 재고자산은 올해 상반기 4조7224억원으로 41% 불었다. LG전자의 경우에는 지난해 말 9조7540억원에서 상반기 9조6844억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전년 동기 8조3274억원과 비교하면 16% 늘어난 수치다.

상반기 이러한 재고 급증은 계속된 대내외 악재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공급망 차질과 원료비 상승이 발생하고, 이 영향으로 소비자 수요는 줄어들면서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공장 가동률을 낮추며 재고 수준을 조절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TV 등 영상기기 생산라인 가동률을 1분기 84.3%에서 2분기 63.7%로 낮췄다. 휴대폰 생산라인 가동률은 81.0%에서 70.2%로 조정했다. LG전자도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주요 제품의 생산라인 가동률을 전 분기 대비 8~21% 낮췄다.

중장기 투자 계획을 수정하는 기업 움직임도 포착된다. 지난달 28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시장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만큼 재고를 활용해 유연하게 제품을 공급하고 단기 설비 투자 계획은 여기에 맞게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달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반도체) 재고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내년 시설 투자에 대해 다양한 고민을 하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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