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계 네트워크 기반, '해외사업' 성과
방산부문 '글로벌 50위권' 진입 목표
물적분할 결정… 소액주주 반발 직면

풍산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인 류진 회장. 사진=풍산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소재사업과 방위산업을 영위하는 풍산그룹의 최고경영자인 류진 회장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졌다.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그는 방위사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최근 물적분할 결정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은둔의 경영자’… 방산부문 성장 이끌어

류 회장은 1958년생으로 경북 안동 출신이자 풍산 류씨가문의 후예로 조선시대 서애 류성룡 선생의 13대손이다. 1983년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다트머스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풍산금속공업에 입사해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았다. 1996년 풍산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뒤 선대회장이 별세한 2000년 회장직을 승계했다. 그는 평소 언론 노출이 적어 은둔의 기업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류 회장은 세간의 이미지와는  달리 국내외 정·재계에서 마당발로 통하며, 특히 미국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집안의 인맥을 이어받은 결과로 실제 류 회장은 여러 정권에서 미국 정계와 가교역할을 수행했다. 

2013년 박근혜 정권에선 미국 하원의원단과 한국 재계의 만남을 주선했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방미를 성사시킨 핵심 인물로 평가된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2017년 대외 특사단에 포함돼 미국 정치권 인사들과 친분을 두텁게 했다.

정부로부터 공로를 인정받아 금탑산업훈장·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기도 했다. 현재 그는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등 국내 경제단체뿐 아니라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이사회 이사, 한국 메세나협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류 회장은 2005년 창립 37주년을 맞아 새로운 경영이념을 선포했다. ‘미래가치 창조를 통해 인류발전을 선도하는 풍산’을 경영이념으로 삼아 첨단소재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풍산 이사회도 이에 맞춰 2008년 회사분할 안건을 의결해 지주회사(풍산홀딩스)와 사업회사(풍산)로 분할했다.

선대회장과 류 회장이 키워 온 방산부문은 현재 탄환과 포탄 생산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풍산은 우리 군의 총포탄을 독점 공급하는 등 2009년 방산부문 매출만 4670억원에 달했다. 

류 회장이 다시 조명받기 시작한 것은 풍산이 방산부문을 물적분할하기로 결정하면서다. 풍산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방산부문 물적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다음 달 말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이르면 12월 신설법인 ‘풍산디펜스(가칭)’가 출범한다. 

류 회장이 이끄는 풍산은 최근 사업구조 재편에 나섰고, 방산부문을 물적분할하기로 하면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사진=풍산홀딩스 홈페이지
류 회장이 이끄는 풍산은 최근 사업구조 재편에 나섰고, 방산부문을 물적분할하기로 하면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사진=풍산홀딩스 홈페이지

◆방산 물적분할, 소액 투자자들 비난 목소리

물적분할로 풍산은 풍산디펜스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된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상장사 물적분할에 따른 주주 피해 대책 방안을 발표한 지 몇 일 지나지 않아서 분할이 결정된 점이다.  

앞서 포스코와 LG화학도 비슷한 논란을 겪었다. LG화학에서 분리된 배터리기업 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 증시에 상장된 후 투자자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주주 권익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포스코의 지주사 전환 당시도 주주들의 반발이 거셌다.

포스코의 경우 핵심 사업인 철강사업 분할 뒤 상장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였다. 포스코는 이와 관련 신설회사 정관에 상장 추진 시 모회사(현 포스코홀딩스) 주주들의 동의를 구한다는 내용을 넣어 주주들을 달랬다.

류 회장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풍산 측은 공시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기업가치·주주가치 제고를 물적분할 이유로 들면서 “분할된 회사는 각 사업에 집중함으로써 기업 경쟁력과 사업역량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최근 방산업계의 고속 성장도 물적분할 결정에 영향이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류 회장도 2030년까지 풍산디펜스 매출 2배 확대와 글로벌 50위권 방산 전문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풍산의 주주들은 회사의 방산부문 성장성을 보고 투자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풍산디펜스가 별도 상장되면 기존 주주들의 이익 훼손이 불가피하다. 

물적분할 소식이 전해지면서 회사 주가도 영향을 받았다. 풍산의 주가는 지난 8일 전 거래일 대비 8.87% 하락했고, 이후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일단 풍산은 신설회사를 비상장법인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상장 가능성은 줄었지만, 주주들은 상장을 시간 문제로 본다. 방산부문의 기존 사업은 분명한 한계점이 있으며, 성장을 위해서는 신사업 진출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풍산은 이와 관련 “신설회사는 100% 자회사로 운영할 계획이다. 떨어진 주가는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라며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그룹 방산 관련 계열사(풍산FNS·LIG풍산프로테크)와 통합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상장이 추진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류 회장이 소액 주주들의 거센 비난을 잠재우고 풍산그룹 성장에 날개를 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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