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ETF 도입… 레버리지·인버스도 처음 출시
14년간 이어온 한투 브랜드 'KINDEX→ACE'로 교체
편파 인사 논란에 "현재 필요한 실력 있는 인재 채용"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선구자로 불리는 배재규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배 대표는 국내 최초로 ETF를 도입해 ‘한국 ETF의 아버지’로 불린다.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제공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선구자로 불리는 배재규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배 대표는 국내 최초로 ETF를 도입해 ‘한국 ETF의 아버지’로 불린다.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제공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제가 설계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큰 기업’을 넘어선 ‘위대한 기업’이다. 위대한 기업의 핵심은 위대한 경영철학이며, 운용사의 존립 목적은 회사의 단기 수익 추구가 아닌 고객 가치 지향이다.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존재는 고객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선구자로 불리는 배재규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며 이같이 밝혔다.

1961년생인 배 대표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1989년 한국종합금융 증권신탁부 입사를 시작으로 금융업계에 발을 들였다. 2000년 삼성투자신탁운용(현 삼성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배 대표는 코스닥팀장, 인덱스운용본부장을 거쳐 2007년 ETF운용팀장, 채권·패시브·해외투자·자산배분운용총괄 부사장까지 역임했다. 

‘펀드 명가’ 자존심 회복에 나선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의 제안을 받고 2021년 말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후 올해 2월 사장으로 공식 취임해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업계에선 약 20년간 ETF 시장을 컨트롤하며 쌓은 배 대표의 연륜이 한국투자신탁운용과 만나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낼지 기대가 크다.

금융업계에선 배 대표를 두고 가장 먼저 ‘한국 ETF의 아버지’란 수식어를 떠올린다. 국내 시장에 처음으로 ETF를 상장하고 2009년과 2010년 아시아 최초의 레버리지 ETF와 인버스 ETF를 각각 출시하는 등 국내 ETF 시장을 선도한 주역이기 때문이다.

배 대표는 미국 시카고에서 파생상품 관련 연수를 받던 중 존 보글 뱅가드그룹 창업자가 쓴 인덱스 관련 서적을 접하면서 ETF에 관심을 보였다. 한국으로 돌아온 배 대표는 금융당국을 찾아다니며 ETF 도입 필요성을 설득했고, 금융당국에서 반응이 없자 감독원에서 ETF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는 내용으로 언론플레이도 했다고 한다.

2002년 배 대표는 국내 자본시장 최초로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KODEX200 ETF’를 도입했다. 이후 ‘KODEX’ 브랜드를 업계 1위 자리까지 끌어 올렸고, 지난해 순자산 30조원 돌파도 달성했다.

현재 한국투자신탁운용으로 거처를 옮긴 배 대표는 새로운 도전의 1막을 쓰고 있다. 그는 성공적 투자 방법을 알리는 교육과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취임 후 첫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디지털 마케팅과 ETF 마케팅을 총괄하는 대표 직속 디지털ETF마케팅본부를 만들고, 개인 및 외국인, 기관을 대상으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회사 상품을 알리는 역할을 맡겼다.

지난 14일 배재규 대표는 간담회를 열고 기존 회사 대표 ETF 'KINDEX' 브랜드명을 'ACE'로 전격 교체한다고 밝혔다. 사진=김민수 기자
지난 14일 배재규 대표는 간담회를 열고 기존 회사 대표 ETF 'KINDEX' 브랜드명을 'ACE'로 전격 교체한다고 밝혔다. 사진=김민수 기자

또 글로벌 주식 운용 및 대체투자 등을 담당하는 GIS(Global Investment Strategy) 운용본부는 글로벌AI운용부, 글로벌운용1·2부로 개편했다. 멀티 전략본부 퀸트운용부는 글로벌퀸트운용부로 명칭을 바꿔 글로벌 운용 성격을 강화하고, 경영기획총괄 산하에 해외투자지원부를 신설해 해외 자산 매매 등 운용지원 전문성을 높였다.

외부위탁운용관리 관련 운용과 컨설팅, 마케팅을 전담하는 대표 직속 조직 ‘솔루션본부’를 신설해 연금시장 선점에도 나섰다. 아울러 상품전략도 새로 짰다. 상품개발 전략 수립 및 신상품 개발 등의 업무는 경영기획총괄 산하 기획실에 편입했다. 운용업 환경 변화와 투자자 수요에 발맞춰 상품을 적시에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배 대표식 정면돌파 행보도 나왔다. 지난 14일 배 대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새로운 ETF 브랜드 ‘ACE’를 발표했다. 이전까지 한국투자신탁운용은 ‘KINDEX’ 브랜드를 활용해 2008년부터 14년간 운용해왔다. 오랜 시간 시장에서 각인돼 온 이미지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테지만 배 대표의 강경한 의지가 이를 북돋웠다.

이날 배 대표는 “이름은 단순한 브랜드명 변경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ETF 비즈니스 전부를 바꾸는 것”이라며 후발주자로서 미래와 삼성자산운용의 선두 체제 속 틈새시장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이들과의 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전면전을 선포했다.

강한 자신감과 포부를 기반으로 ‘새 술은 새 부대에’란 말처럼 과감한 인사와 조직개편에 공들이는 배 대표에 대해 일각에선 지나치게 치우친 ‘삼성 인맥’ 활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에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에 선임된 김찬영 전 이사와 솔루션본부 수장 자리에 오른 박희원 KB증권 리서치 센터 전문위원 모두 배재규 대표와 마찬가지로 삼성자산운용 출신이다. 김 본부장은 과거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팀장을 역임했으며, 박 본부장은 삼성자산운용 자산배분전략센터에서 배 대표와 손발을 맞췄었다.

업계에선 대표가 바뀌면 조직이 달라져야 하고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인사가 이뤄지는 것도 이해되는 부분이지만, 특정 출신이라는 점에서 확인되지 않은 우려가 퍼지면 기존 직원들의 상실감 등이 커져 성장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배 대표는 간담회 질의응답을 통해 “인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항간의 소문처럼 특정 인맥에 기댄 인사가 아닌 지금 시점에 꼭 필요한 실력을 갖춘 인재에 초점을 맞췄을 뿐이다”고 설명했다.

‘한국 ETF의 아버지’ 배 대표가, 삼성에서 벗어나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새로운 둥지에서 제 2의 신화를 써내려 갈 수 있을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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