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 해 1조클럽 가입시키며 경영 능력 입증
균주 도용 소송 1심 패소로 사업 불확실성 커져
단기간에 패소 후폭풍 잠재우기 쉽지 않을 전망

전승호 대웅제약 사장. 사진=대웅제약 홈페이지
전승호 대웅제약 사장. 사진=대웅제약 홈페이지

[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지난해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수출 호조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톡신 균주 도용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그간 보툴리눔 톡신 사업을 이끌어 온 전승호 대웅제약 사장은 항소심에서 반드시 결과를 뒤집겠다고 밝혔으나, 1심 패소로 인한 사업 불확실성을 단기간에 해소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해외매출 끌어올리기 위해 나보타 집중

대웅제약이 첫 직장인 전 사장은 23년째 근무해온 ‘대웅맨’이다. 대웅제약에 입사한 후 글로벌전략팀장과 글로벌 마케팅TF팀장 등을 거친 후, 주요 파이프라인의 해외진출과 매출확대 등을 높이 평가받아 2018년 3월 대표이사 사장직에 올랐다. 

사장에 취임한 첫 해 사상 첫 매출 1조원 돌파로 대웅제약을 1조클럽에 가입시키며 경영능력을 입증했다. 글로벌 전략통인 전 사장은 해외매출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글로벌사업에 집중했다.

취임 이듬해인 2019년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허가를 받았다. 이후 미국, 유럽, 동남아, 중남미에 나보타를 내놓았다. 나보타 매출은 2019년 445억원을 기록한 후 꾸준히 늘어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78.5% 늘어난 1420억원을 달성했다.

나보타 수출 호조에 힘입어 대웅제약은 지난해 개별 기준 전년 대비 10.1% 상승한 1조161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다시 한번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영업이익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0% 늘어난 1060억원으로 1000억원을 넘겼다. 

나보타의 이익률은 50% 수준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나보타로 창출한 영업이익만 7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본다. 이는 지난해 대웅제약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규모다.

전 사장은 지난 1월26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대웅제약은 영업이익의 절반을 해외시장에서 벌었다”며 “이런 영업실적은 대웅제약이 글로벌 제약사로 진입했다는 걸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1심 패소로 나보타 사업 불확실성 커져

중국 허가와 동시에 호주, 독일, 오스트리아 등 시장성이 입증된 국가들에 제품을 출시해 나보타의 글로벌 점유율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전 사장은 지난달 보툴리눔 톡신 균주도용 소송 1심 패소라는 암초를 만났다. 

지난달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대웅의 나보타는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해 개발됐다”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나보타를 포함한 대웅의 보툴리눔 독소 제제의 제조 와 판매를 금지했으며, 해당 균주를 인도하고 이미 생산된 독소 제제 폐기를 명했다.

대웅제약은 즉각 1심 판결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법원은 항소심 판결 선고시까지 집행정지를 인용하는 결정을 내리며 판결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대웅제약은 1심을 반드시 바로 잡겠다며 지난달 15일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에서 1심을 반드시 뒤집겠다고 밝혔으나 나보타사업 불확실성이 생기면서, 사상 최대 매출에도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나보타는 대웅제약을 대표하는 제품인 만큼 1심 패소로 인한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전 사장은 먼저 내부 독려에 나섰다. 그는 1심 판결이 나온 후 임직원에게 보내는 최고경영자 편지(CEO 레터)에서 “이번 판결은 실체적 진실규명과는 거리가 먼 명백한 오판으로, 항소심에서 반드시 뒤집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우리의 톡신 사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1심 패소로 인한 여파를 단기에 해소하기 어려울 걸로 보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패소로 인한 사업 불확실성 등 후폭풍을 단기간에 잠재우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나보타 사업 불확실성을 안고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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