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호 기자.
정현호 기자.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이재용 회장 취임 후 삼성전자가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았다.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 이 회장이 던진 이 발언은 올해 들어 삼성전자가 직면한 현실을 가감 없이 대변한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DNA'는 좌절이나 후퇴가 아닌 도전이다. 이 회장은 “세상을 바꿀수 있는 인재를 영입하고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고, 최근엔 경기도 용인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등의 엄청난 투자 발표 소식이 들려왔다. 위기를 기회로 돌파하겠다는 과감한 승부수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성적표는 참담하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대폭 하락했다. 얼어붙은 글로벌 반도체시장의 한파를 고스란히 받은 탓이다. 

지난 7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잠정실적 발표치에 따르면 1분기 영업이익은 무려 95.7% 급감한 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글로벌시장에서 메모리반도체 1위 기업이 올린 실적으로는 믿기지 않는 수치다. 

이런 상황에선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경영을 할 수밖에 없고 계획된 투자도 거둬들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공격 앞으로'를 선언했다. ‘인위적 감산’은 없다던 전략을 뒤집긴 했지만, 이는 단기적으로 시장에서 벌어진 공급과잉 현상 해소가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부문에서는 대만 TSMC라는 존재가 있지만, 삼성전자는 중장기적으로 300조원을 투자해 경기도 용인을 세계 최대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반도체의 '무'에서 '유'를 이룬 이병철 초대회장, 삼성전자를 글로벌 플레이어로 혁신한 이건희 선대회장의 행보와 겹친다. 

그간 삼성은 위기가 닥칠 때마다 역발상을 통해 해당 산업분야를 주도해왔다. 2000년대 초반 전 세계 반도체업계의 '생사투'에서 최종 승자가 될수 있었던 이유는 혁신과 담대한 전략, 추진력 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근 K-반도체는 미중 패권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파고에 휩쓸려 휘청이고 있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반도체 생태계를 이끄는 삼성전자가 어떻게 이런 문제들을 풀어가느냐에 글로벌 시장 주도권과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생존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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