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태 기자
김익태 기자

[서울와이어 김익태 기자] 정부가 물가 안정화를 위해 소매점 주류 할인 판매를 허가하는 유권 해석을 내놨지만 식당 메뉴판에서 1000원 소주, 2000원 맥주는 찾아볼 수 없었다.

국세청은 지난달 28일 한국주류산업협회 및 한국주류수입협회 등 주류 단체에 “소매업자가 소비자에게 술을 구입 가격 이하로 판매할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발송했다. 소매점 술값 할인을 유도해 물가 안정을 꾀하려는 조처다.

현재 주류 제조사는 소주 1병을 도매상에 1100원~1200원대(세금 포함)에 납품한다. 도매상은 여기에 유류비·운송비·인건비·운영비·마진 등을 더해 1400원~1500원을 받고 마트와 주점 등 소매점에 공급한다. 이렇게 공급받은 소주는 마트에선 약 1500~1600원, 음식점에선 4000원~6000원 선에 판매해 왔다.

이번 정책으로 음식점이 홍보 차원에서 싼 값에 술을 파는 게 가능해지면서 올라간 외식 술값도 확 내려갈 것이란 정부의 기대와 달리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반쪽짜리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자영업자에 주류 판매단가는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재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술값에는 인건비, 임대료, 각종 식자재 인상분이 포함돼 있다. 자영업자 대부분이 소비자 민감도가 높은 음식값 대신 주류 가격을 올려 수익을 보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술을 들여온 가격보다 싸게 팔아 생기는 손해를 메우려면 안주나 다른 메뉴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조삼모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술값 할인 소식은 소비자 입장에서 분명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주류세 인하 등 근본적인 개선 없이 할인 경쟁만 부추기는 것은 자영업자 스스로 비용을 부담하라는 정부 압박에 지나지 않는다. 직접적인 시장 개입보다 물가 안정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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