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실적 정점 이후 매출 하락세 계속
서경배 회장, 디지털화·체질개선 작업나서
로제 발탁, 타타하퍼 인수, 북미 공략 속도
[서울와이어 김익태 기자] “변화는 새로운 혁신을 해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아모레퍼시픽을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로 만든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한 말이다.
이후 아모레퍼시픽이 중국발 악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실적 직격탄을 맞자 서 회장은 다시 한번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뉴 뷰티’를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청사진으로 제시하고 채질 개선에 속도를 낸다.
◆‘새로운 변화’ 주문한 서경배 회장
1963년인 서 회장은 고 서성환 태평양 창업주로부터 화장품사업을 물려받아 아모레퍼시픽을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로 키운 인물이다. 1987년 태평양화학 과장으로 입사해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태평양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2006년 태평양이 아모레퍼시픽으로 상호를 변경한 후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이사 사장을 지내다 현재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다.
서 회장은 늘 현장경영을 중시했다. 그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현장에 나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달에 1주일 이상은 해외에, 또 1주일은 현장에 출근한다. 주요 시장으로 봤던 중국은 1992년 진출 이후 2014년 10월까지 120번가량이나 오갔다.
그의 발빠른 시장진출 전략으로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인에게 상징적인 K-뷰티기업으로 꼽히며 승승장구해왔다. 2016년에는 매출액 5조6454억원, 영업이익은 8481억원으로 사상 최고 성적을 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2016년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조원에 육박하던 영업이익은 2019년 4278억원, 2020년 1430억원, 지난해 3434억원으로 하락세다.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서 회장은 지난달 아모레퍼시픽 창립 77주년을 맞아 ‘비즈니스를 재정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디지털화, 글로벌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대대적인 체질 개선 작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서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거듭 주문했다. 그는 “뉴 뷰티의 여정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올해 강한 브랜드, 디지털 대전환, 사업 체질 혁신 등 세 가지 전략을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매출 돌파구는 북미시장 확대
서 회장은 주요 타깃이던 중국시장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북미시장 공략에 나섰다. 시장 내 성과는 가시적으로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올 1분기 북미시장 매출은 60% 늘어 348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역시 지난해 동기 대비 66%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서 회장의 변화 전략은 브랜드 모델 기용에서도 엿볼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8월 자사 대표 브랜드 제품인 설화수의 모델을 한류스타 송혜교에서 블랙핑크 멤버인 로제로 발탁했다.
주 소비자가 중장년층인 설화수를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해 타깃 연령대를 낮추고 동시에 북미시장에서 두터운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로제를 기용해 아시아뿐 아니라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서 회장은 인수합병(M&A)도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미국의 뷰티 브랜드 ‘타타 하퍼’를 확보하기 위해 타타 하퍼 운영사 ‘타타스 내추럴 알케미’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그는 이번 인수를 통해 북미 뷰티시장 온·오프라인 공략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타타 하퍼와 함께 강도 높은 마케팅 활동을 펼쳐 북미 럭셔리 스킨케어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오프라인에서는 세포라와 같은 화장품 전문점 멀티브랜드숍(MBS) 채널 중심으로 영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올해 비즈니스 재정의를 외친 서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뉴 아모레퍼시픽’으로 변화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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