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통·전략형 CEO', SK그룹 내 '살림꾼' 도맡아
2018년 SK에너지 사장으로 부임, 사업재편 나서
정유 시황 변동성 대응, 친환경기업 도약 목표점

조경목 SK에너지 대표이사 사장.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SK에너지를 적자 늪에서 구해낸 후 실적 반등을 이끈 조경목 대표이사 사장이 다음 목표를 포트폴리오 혁신과 딥체인지 실현으로 설정했다. 정유업 비중 축소 등 미래 성장을 위한 전략이다. 

SK그룹 내에서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조 사장은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자리를 물려받은 인물이다. 그는 현장 전문가는 아니지만, 재무통으로 불리는 만큼 전략형 최고경영자(CEO)로 꼽힌다. 실제 SK에너지의 수익성 개선에 힘써왔다. 

올해 상반기도 회사는 국내 정유 4사 가운데 3조9783억원 규모의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냈다. 조 사장이 부임 직후 추진한 ‘공유인프라’ 사업 등의 성과가 어우러진 결과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SK에너지 사업전환을 본격화했다.

◆SK 살림꾼으로 능력 인정받아, 현장 전문가로 낙점

조 사장은 1964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6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 재정팀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그의 이력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SK그룹 주요 계열사 자금을 총괄하면서 안살림을 도맡았다는 점이다. 

2000년 SK㈜ 자금팀 부장을 시작으로 ▲2006년 SK텔레콤 자금팀 상무 ▲2009년 SK㈜ 홀딩스 재무실장, ▲2012년 SK㈜ 홀딩스 재무팀 전무 ▲2013년 SK㈜ 홀딩스 재무부문장 전무(CFO)를 역임한 후 2015년부터는 SK㈜ 홀딩스 재무부문장 부사장(CFO)에 발탁됐다.

재무에서 주로 경력을 쌓은 그는 2018년 SK이노베이션 에너지부문의 핵심인 SK에너지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시황 변동성 대응과 사업재편은 물론 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성장 발판 마련에 대한 특명을 받았다.

SK에너지 신임 사장으로 부임한 그는 초기 주유소 수익 개선에 집중했다. 당시 알뜰주유소와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이었다. 조 사장은 이와 관련 공유인프라 도입이라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공유인프라의 핵심은 기존 주유소를 미래형 복합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그는 공유인프라 확산을 위해 경쟁사와도 기꺼이 손잡았고, 공공기관과 스타트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협업을 늘렸다.

조 사장의 이 같은 노력에도 회사는 정유 시황의 변동세로 잠시 내리막길을 걷기도 했다. SK에너지는 2020년 연간 1조936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1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제품 마진 하락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회사는 지난해 다시 실적 부진의 터널에서 벗어났다. 들쑥날쑥한 시황 탓이다. 올해 상반기까지도 SK에너지 실적 흐름세는 좋았다. 다만 하반기 다시 불황의 늪에 빠질 기미를 보인다. 이에 조 사장은 특단의 대책을 세웠다. 

“저탄소 방향의 사회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 대응하지 못하면 미래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 석유업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친환경’과 ‘플랫폼’으로 빠르게 전환하겠다.” 그가 오랜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다.

조 사장은 올해 초 사내 인터뷰를 통해 "파이낸셜 스토리의 강력한 실행을 통해 성과를 내야 하는 중요한 해"라며 "모든 역량을 동원해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SK에너지 제공
조 사장은 올해 초 사내 인터뷰를 통해 "파이낸셜 스토리의 강력한 실행을 통해 성과를 내야 하는 중요한 해"라며 "모든 역량을 동원해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SK에너지 제공

◆강력한 딥체인지 실현으로 친환경기업 전환 '가속'

조 사장은 기존 석유사업의 경우 지속 성장에는 한계점이 분명하다고 봤고, 최근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등 에너지시장 변화에 맞춰 사업전환이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했다. 동시에 그는 ▲탄소저감 기술 확보 ▲바이오 연료 생산·재생에너지 ▲Water & Waste 등을 친환경사업 대표 모델로 제시했다.

SK에너지는 정유업에서 벌어들인 두둑한 실탄을 앞세워 조 사장이 지향하는 목표에 따라 온실가스와 환경오염물질 배출 저감을 위한 CCU(Carbon Capture & Utilization)기술 확보에 나섰다. 

온실가스 저감 기술 확보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석유제품 제조 설비와 인프라를 활용한 바이오 연료사업도 강화했다. 친환경 해상유를 생산하는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는 해당 사업에 구심점 역할을 한다. 

조 사장은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사업 기회도 꾸준히 모색 중이다. 그는 “비즈니스모델 전환은 빠르게 이뤄야 한다”며 “모든 역량을 집중해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하겠다. 정유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친환경사업을 지속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주유소의 활용도 극대화 역시 조 사장이 가진 구상 중 하나다. 고객이 단순 차량의 연료 주유를 위해 주유소를 찾는 것이 아닌 생활 편의를 위해 방문하고, 차량 관리 전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다.

조 사장은 “딥체인지를 위해서는 기존 조직문화도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새로운 모토 아래 더 빠르고 과감한 DNA를 계속 심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그는 저탄소·탈탄소 프로젝트를 두 축으로 삼았다. 

그의 최종 목표는 지구로부터 인정받는 친(親) 지구 기업으로 실행력을 끌어올려 실질적인 성과 창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 사장은 “올해는 파이낸셜 스토리의 강력한 실행을 통해 성과를 내야 하는 중요한 해”라며 “SK에너지를 세계적인 친환경기업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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