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 흑자전환… SK그룹 내 영향력 강화
석유화학 중심 SK이노베이션 사업전환 나서
소형화원전(SMR) 등 '친환경' 사업 중점 추진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올해 '그린 투 카본' 전략을 앞세워 친환경분야로 사업영역 확대에 나섰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올해 '그린 투 카본' 전략을 앞세워 친환경분야로 사업영역 확대에 나섰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차별적 기술과 무탄소·저탄소에너지, 순환경제를 중심으로 친환경 포트폴리오 개발을 통해 미래 성장을 추진하겠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회사 글로벌 포럼에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김 부회장은 에너지의 핵심인 ‘전동화’를 비롯해 폐기물·소재의 재활용 등의 포트폴리오 구축을 미래사업 방향을 제시했다. 친환경을 중점에 둔 사업 추진을 예고한 셈으로 앞으로 그가 변화시킬 SK이노베이션 모습에 관심이 쏠린다.

◆SK그룹 전략통, 배터리·에너지부문 성장 견인

김 부회장은 1961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엘리트다. 그는 SK에너지의 전신인 유공의 석유화학부문에 입사해 사회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룹 내에서 김 부회장은 ‘전략통’으로 불린다.

SK에너지뿐 아니라 SK네트웍스, SK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SK물류실 등 여러 계열사를 거치며 경력을 쌓았다. 주로 회사에 중장기 투자 전략 수립과 신사업 등을 도맡았다. SK그룹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2015년 SK에너지 대표이사에 선임된 직후부터다.

김 부회장이 사업을 맡은 후 SK에너지는 2015년 흑자 기조로 전환됐다. 그는 흑자전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회사의 대주주인 SK이노베이션의 대표이사 총괄사장으로 발탁됐다. SK이노베이션에서는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부문 성장에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다.

배터리부문의 경우 글로벌 5위로 이끌었다.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와 합작사 설립을 비롯해 현대자동차그룹, 다임러, 폭스바겐 등 주문자생산방식(OEM) 등의 글로벌 고객사 수주에 주력한 결과다.

김 부회장은 이뿐 아니라 기존 석유와 화학, 배터리, 에너지, 분리막사업 등의 전방위적인 성장 노력을 지속했다. 현재 이들 부문은 각각 ▲SK온(배터리) ▲SK지오센트릭(화학) ▲SK어스온(자원개발·CCS) ▲SK아이테크놀로지(배터리 분리막) 등 SK이노베이션의 중심축으로 성장했다.

그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분쟁에 휘말리면서다. 양 사의 분쟁은 2017년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 직원 70여명이 SK이노베이션으로 대거 이직하면서 촉발됐다.

LG 측은 SK가 배터리사업 후발주자로 나선 만큼 회사의 핵심기술을 빼내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봤고, 미국과 국내에서 영업비밀·특허침해소송을 이어가며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김 부회장에 리더십이 흔들리기도 했으나 양사는 지난해 2조원대 합의로 분쟁을 마무리했다.

업계는 김 부회장이 분쟁을 계기로 그룬 내 입지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그룹은 김 부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그간 배터리사업 성장 등 그간 공로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그룹 부회장단에 합류했다. 

김 부회장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글로벌포럼’ 기조연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김 부회장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글로벌포럼’ 기조연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그린 카본 투' 전략 앞세워 넷제로 추진 가속

최태원 회장에 브레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등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김 부회장은 두터운 신임에 힘입어 SK이노베이션 신성장에 박차를 가했다. 그가 내세운 성장 전략은 '카본 투 그린'이다 

김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의 전략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화학사업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옛 SK종합화학)을 중심으로 ‘폐플라스틱으로 다시 석유를 만드는 도시 유전’이라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내놨다.

그는 ”그린 포트폴리오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지주회사 역할에 중점을 둬 연구개발(R&D)과 새로운 사업개발 및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제2, 제3의 배터리사업을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부회장은 올해를 목표 실행에 원년으로 삼고 SK이노베이션만의 파이낸셜 스토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김 부회장은 이와 함께 그룹 ‘넷제로’ 달성에도 선봉으로 나섰다. 미국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글로벌 포럼에서도 넷제로 가속화 의지를 나타냈다.

김 부회장은 그린 포트폴리오와 넷제로 관련 신사업 발굴에 여념이 없다. 글로벌 에너지 믹스 변화에 맞춰 주목받는 소형모듈원전(SMR)과 폐배터리분야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친환경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한 것으로 자회사별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고, 배터리 소재, 등 다양한 차세대 성장 분야에 주목했다. 김 부회장은 순환경제 영역에서 신규 성장동력 발굴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의 목표 아래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 이미지가 잡혀가는 모습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 4월 정기주주총회에서도 “파이낸셜 스토리를 기반으로 성과 창출에 매진 친환경에너지 소재 회사로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겠다”라고 공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계획이 나온 만큼 이를 토대로 다양한 사업 진출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며 “김 부회장이 앞서 세운 목표를 한층 구체화해 국내외를 넘나들면서 친환경사업 추진에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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