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에 5년간 '37조원' 규모 투자 계획 발표
신 회장의 과감한 M&A… 한달에 하나씩 성사
순혈주의 깬 롯데, 외부인사 영입·젊은피 수혈
[서울와이어 김익태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17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과감한 혁신으로 롯데를 바꾸겠다”며 ‘뉴롯데’를 타이틀로 내세웠다. 올해 신 회장의 뉴롯데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는 최근 국내 핵심사업군에 5년간 37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미래 먹거리에 대한 선제 투자로 성장엔진을 유지하고 오프라인 경쟁력은 강화해 뉴롯데 완성에 속도를 올린다는 구상이다.
◆37조원 공격적 투자… 밑그림은?
신 회장의 37조원 투자 계획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이오·교통·인프라 등을 포함한 신사업 부문이다. 롯데는 37조원의 41%에 달하는 약 15조원을 신사업에 투자한다.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사업에는 1조원 규모의 국내 공장 신설을 추진한다. 모빌리티 부문에서는 도심항공교통(UAM)과 전기차 충전 인프라에도 투자를 이어간다. 롯데렌탈도 8조원 규모의 전기차 24만대를 도입해 전기차 생태계 활성화에 힘을 쏟는다.
또 화학 사업군에는 7조8000억원을 투자해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과 범용 석화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담당하는 롯데벤처스는 2026년까지 국내 스타트업에 3600억원을 투자해 새로운 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신 회장은 그간 롯데 핵심사업이었던 유통·식품 부문에도 과감히 투자한다. 백화점과 마트 등 유통 사업군에는 8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이를 바탕으로 ‘유통 명가’ 입지를 다시 굳힌다는 계획이다.
그의 목표는 오프라인 채널 경쟁력 확보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과 인천 송도 등에서 대규모 복합몰 개발을 추진하고 본점과 잠실점 등 주요 지점의 리뉴얼을 진행한다. 또 호텔과 면세점 시설에 2조3000억원, 식품사업군에는 2조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달에 한번꼴, 과감한 M&A
신 회장은 최근 1년 사이 1조원이 넘는 인수합병(M&A)과 지분투자에 나섰다. 지난해 3월부터 100억원 이상의 M&A·지분 투자 건수는 12건에 달한다. 한 달에 하나씩 거래를 성사시킨 셈이다.
굵직한 인수 건으로는 미니스톱 인수가 있다. 지난 1월 롯데지주는 한국미니스톱을 인수하는데 3134억원을 투자했다. 전국 1만1173개 매장을 운영하던 세븐일레븐은 미니스톱을 인수하면서 2600개의 점포를 확보해 업계 3위 자리를 확고히 했다.
업계 1·2위를 다투는 CU(1만5855개)와 GS25(1만5499개)와의 격차를 좁히고 후발주자인 이마트24(6086개)를 확실히 견제하는 효과를 냈다.
지난 3월에는 롯데제과와 롯데푸드가 합병을 발표했다. 양사가 보유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화, 디지털화 등 급변하는 식음료사업환경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글로벌 식품사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함이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지난해 매출을 합하면 3조7000억원 규모로 해태를 품은 빙그레를 넘어서 다시 시장 1위 자리를 탈환하게 된다. 하반기에는 양사의 통합 작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새판 짜는 신동빈의 ‘승부수’
신 회장은 파격적인 인사 단행으로 조직 체계도 바꿨다. 그간 지켜오던 순혈주의를 깨고 김상현 전 홈플러스 대표를 유통군 총괄대표로 임명했다. 유통 부문을 총괄하는 수장에 ‘정통 롯데맨’이 아닌 외부 인사가 선임된 것은 1979년 롯데쇼핑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후 신세계 출신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와 LG생활건강 출신 이우경 롯데 유통군 HQ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등을 외부에서 영입했다.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와 나영호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 대표, 안세진 롯데호텔 대표 등도 모두 외부에서 들였다.
젊은 피를 수혈하겠다는 의지도 보인다. 1970년생인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를 비롯해 40·50대 최고경영인(CEO)으로 대거 발탁했다. 지난 10일에는 그룹 핵심사업인 롯데바이오로직스 초대 대표에 1977년생인 이원직 롯데지주 ESG(환경·지배구조·사회) 경영혁신실 신성장 2팀장 상무를 선임했다.
신 회장은 신년사에서 “융합된 환경 속에서 연공서열, 성별, 지연·학연과 관계없이 최적의 인재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철저한 성과주의 문화도 정착돼야 한다”며 “다양성은 우리의 경쟁력이며 도전하는 에너지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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