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취임후 세계 최고 에너지플랫폼기업 포부 제시
무리한 탈원전·연료가격 급등, 1년 만에 적자 문제 심화
해외 원전·수소사업 진출 시도… 신규 수익원 창출 목표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이 지난해 6월 취임 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한전의 적자문제가 심화하면서다. 사진=한국전력 제공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지난해 6월 취임 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한전의 적자문제가 심화하면서다. 사진=한국전력공사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정승일 한국전력공사(한전) 사장이 부임 후 최악의 위기와 마주했다. 지난 문재인 정부 때 무리하게 추진한 탈원전정책으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은 탓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비롯된 글로벌 연료가격 급등으로 한전의 재무상황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최대 30조원의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제 막 취임 1년차를 넘긴 정 사장에 어깨가 무거울 법하다. 당장 그는 한전의 적자문제 해소와 전기요금 인상 등 엉킨 실타래를 풀어내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취임 1년차, 한전 최악의 적자난 직면

정 사장은 지난해 6월 국내 전력공급을 담당하는 공기업인 한전의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산업정책관, 무역투자실장, 에너지자원실장과 한국가스공사 사장을 역임하는 등 한전을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취임사에서 “탄소중립이라는 에너지산업 대전환기에 선제적 기술혁신, 과감한 에너지시스템의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며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솔루션을 찾아 도전해야할 시점”이라고 미래 개척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정 사장의 최종 목표는 전력산업 생태계를 이끄는 ‘세계 최고의 에너지플랫폼 기업’이다. 하지만 목표와 함께 국내 탄소중립 실현과 에너지전환 밑그림을 그려가던 정 사장에게 시련이 닥쳤다.

한전의 지난해 총 자산은 115조5785억원으로 자산 규모로 국내 공기업 가운데 두 번째로 많다. 매출액도 59조6606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컸지만,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지난해 연간 5조8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는 더 심각한 상태다. 지난 1분기 영업손실이 7조7869억원이다. 이미 지난해 연간 손실액을 뛰어넘었다. 한전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커졌다. 이에 정 사장은 지난달 21일 발전자회사와 전력그룹사 사장단을 소집했다.

긴축 경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중장기 전략 수립을 위한 목적이다. 정 사장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경영 위기 타개책 마련에 나섰다. 해외 발전사업 자본 매각과 인력 재편 등 고강도 자구책을 통해 6조원 이상의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세웠다.

정 사장은 전사적 차원에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재무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동시에 해외 원전시장과 수소사업 진출을 통해 신규 수익원 발굴에 나섰다. 사진=한국전력 제공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전사적 차원에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재무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동시에 해외 원전시장과 수소사업 진출을 통해 신규 수익원 발굴에 나섰다. 사진=한국전력공사 제공

◆해외 원전사업 진출 등 적극적 활로 모색

정 사장은 이와 함께 전사에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다. 또한 해외 원자력발전사업 확대와 수소와 암모니아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재무 건전성을 높이고 새로운 수익창출원 발굴을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가 기존 탈원전정책 전면 폐지를 약속하자 정 사장은 이를 기회 삼아 해외 원전사업 진출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그는 한국수력원자력사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WEC) 사장단과 면담을 가졌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전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정 사장은 면담에서 “해외 대형 원전시장에서 공동 진출을 위한 협력 모델을 개발하고 다양한 분야로 확대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해외 원전사업에 공격적인 행보를 예고한 셈이다. 해외사업 추진도 정 사장에게 주어진 과제다. 한전은 인도네시아(자와 9·10)와 베트남(붕앙2) 석탄발전사업 참여를 결정한 데 이어 호주 바이롱 지역 사업도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한전은 삼성물산과 서부발전과 한 팀을 구성해 국내 최초 해외 그린수소·암모니아 개발도 추진한다. 아랍에미레이트(UAE) 키자드 산업단지에서 현지 개발사인 페트롤린케미와 ‘그린 수소·암모니아사업’ 공동개발 협약을 맺었다.

2050년부터 연간 130조원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미래 에너지시장을 겨냥한 행보다. 다만 현재 가장 시급한 현안인 전기요금 인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정 사장은 해외 원전과 수소사업 등으로 활로를 개척한다는 구상이다.

전기요금 인상 관련 정 사장이 공직생활을 통해 쌓은 네트워크를 활용할지도 관심사다. 한전의 적자를 심화한 요인이 그간 전기요금 동결에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정 사장이 직접 친정인 산업부를 상대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최근 마주한 위기 속 정 사장이 보유한 경험이 도움이 될 전망이다. 실제 그는 2018년 한국가스공사 사장 부임 당시에도 지금과 같은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무리한 해외 개발로 가스공사가 ‘부실 경영’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취임 직후 비상경영체제를 도입했고, 경영시스템과 조직문화 혁신 등을 이뤄내 가스공사 회생 발판을 마련했다. 한전을 비롯한 관련 업계 전반에서는 정 사장에 과거 위기관리 능력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한전은 물론 국내 전력산업의 발전방향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전기요금 인상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지만 전력산업구조개편 등 정 사장에 역할이 중요하다”며 “가스공사 체질 개선과 지난해 여름철 전력수급 문제 등 위기관리 능력을 증명한 그에게 거는 기대치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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