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롯손해보험 출범 후 누적 영업손실 1451억원
한화, 2025년 중 캐롯손해보험 손익분기점 목표
상품군 다각화, 운용자산이익률 제고 등 숙제로

문효일 캐롯손해보험 대표 [사진=캐롯손해보험]
문효일 캐롯손해보험 대표 [사진=캐롯손해보험]

[서울와이어 최석범 기자] 문효일 캐롯손해보험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임기 안에 그룹 차원에서 설정한 당기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할 막중한 임무를 안게 되면서다. 목표달성 시점이 2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문 대표가 어떤 복안을 내놓을지 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캐롯손해보험은 매년 성장하는 추세다. 원수보험료(매출)는 출범 직후인 2020년에 298억원, 2021년에는 1713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도 실적의 75.4%에 해당하는 1292억원을 거뒀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매출은 작년을 크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 대부분은 자동차보험에서 나왔다. 캐롯손해보험은 자동차보험 판매를 본격적으로 개시한 2020년 236억원의 원수보험료를 거뒀고 이듬해인 2021년에는 1439억원의 판매고를 달성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원수보험료로 1166억원 쓸어담았다.

전체 매출에서 자동차보험이 차지하는 비중도 덩달아 올랐다. 2020년 전체 매출에서 자동차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79.17%였으나 2021년에는 84%로 전년 대비 4.80%p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2%까지 늘어났다.

영업수익도 같은 기간 늘어났다. 2020년 396억원이었던 영업수익은 이듬해 2356억원으로 6배쯤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에만 거둔 영업수익은 2006억원에 달한다. 시장에서의 지위도 차츰 오르는 모습이다. 캐롯손해보험이 공을 들이는 자동차보험 상품은 올해 상반기 원수보험료 기준 시장점유율(MS)은 전년 대비 0.5%p 증가한 1.1%로 나타났다.

반면 영업손실은 계속되고 있다. 출범 당해 91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2020년 -381억원, 2021년 -650억원, 올해 상반기 -330억원을 실적을 기록했다. 출범 이후 현재까지 누적된 영업손실만 1451억원에 달한다. 부채도 2019년 22억에서 2020년 360억원으로 불어났고 2021년 1159억원, 올해 상반기에는 1380억으로 증가했다.

캐롯손해보험은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을 늘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한편 자동차보험 외 생활밀착형 보험상품 판매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으나 상황은 여의치 않다. 

보통 손해보험사는 자동차보험료로 거둔 보험료를 운용해 이익을 취하는 구조다. 거둔 보험료에 비해 지출되는 보험금이 많아 보험료로 수익을 내는 경우는 흔치 않다. 운용자산이익률 규모가 자동차보험 사실상 순익으로 귀결되는 구조인데, 캐롯손해보험의 이익률은 상반기 기준 0.51% 밖에 안 된다. 올해 상반기 전체 손해보험사 운용자산이익률 평균은 3.16%에 못 미치는 수치다.

캐롯손해보험의 상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한 축인 특종보험은 시장규모 자체가 작은 데다 규모의 경제를 키우기 쉽지 않다. 모럴 해저드(도덕적 헤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점도 문제로 문제다. 2020년도 말 기준 특종보험 손해율은 194.6%이다.

문 대표는 임기 동안 장기 보장성 인보험 같은 수익성 높은 상품을 개발·판매하는 한편, 운용자산이익률을 제고하는 방안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이미 캐롯손해보험은 일반보험 형태의 질병보험(캐롯 직장인 생활건강보험)을 개발해 판매를 시작했다. 모집한 계약을 기반으로 리스크를 살펴보고 장기보험 형태로 출시할 가능성도 있다.

향후 경쟁력 높은 장기보험을 출시하고 이를 판매 극대화로 연결하는 것은 문 대표의 숙제다. 캐롯손해보험은 디지털보험사 특성상 전체 계약의 90%를 비대면 채널(CM 등)로 모집해야 한다. 장기 보장성 인보험 계약의 대부분이 대면설계사의 영업에서 모집되는 가운데, 획기적으로 소비자를 유인할 묘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안에 3000억원 규모의 증자로 자금이 유입되는 만큼, 문 대표가 이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냐에 따라 캐롯손해보험의 손익분기점(BEP) 달성 목표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한편 문 대표는 1972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시간대에서 MBA를 마쳤다. 1993년 한화그룹에 입사해 다양한 부문에서 전략투자와 컨설팅을 담당했다. 이후 한화생명 전략투자본부장(상무)를 거쳐 올해 9월 캐롯손해보험 대표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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