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역사상 첫 외부출신 수장
실적부진 고리 끊은 김상현 부회장
마트·슈퍼 통합… '그로서리' 승부수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이 ‘유통 1번지’ 탈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롯데쇼핑 제공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이 ‘유통 1번지’ 탈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롯데쇼핑 제공

[서울와이어 김익태 기자] “롯데가 고객들의 첫 번째 쇼핑 목적지여야 한다.”

롯데그룹 유통사업을 총괄하는 김상현 부회장은 롯데쇼핑 44년 역사상 첫 외부출신 수장이다. 롯데쇼핑이 2017년 영업이익 8000억원대에서 2021년 2000억원대로 곤두박질치자 신동빈 회장이 구원투수로 직접 영입한 인물이다.

이후 롯데그룹의 뚜렷한 실적 개선이 이뤄지면서 김 부회장의 리더십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의 최종 목표는 ‘유통 1번지’ 탈환이다.

◆부진끝낸 롯데쇼핑, 김상현 매직 

1963년생인 김 부회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를 졸업하고 1986년 미국 P&G로 입사해 한국 P&G 대표, 동남아시아 총괄사장, 미국P&G 신규사업 부사장을 거친 글로벌 유통 전문가다. 이후 홈플러스 부회장, DFI리테일그룹 동남아 유통 총괄대표, H&B 총괄대표 등을 역임했다.

글로벌기업에서 전문성을 쌓은 김 부회장은 지난해 2월 공식 취임 이후 경직된 조직 문화부터 손봤다. 수시로 사내망을 통해 자신의 경영 철학을 직원들과 공유하고 자신을 ‘샘(Sam)’, ‘김상현님’ 등으로 부르라며 직원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기도 했다.

김 부회장의 경영 철학은 ‘고객 중심’이다. 이를 위해 취임 초부터 전국의 점포를 방문하며 현장의 소리를 매장에 반영했다. 기존 점포를 고객 수요에 맞게 재단장하고 새로운 콘셉트의 매장을 도입했다.

이후 수익성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롯데쇼핑이 당기순이익을 흑자 전환한 것은 지난해 1분기로 68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198.3% 늘어난 293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슈퍼, 이커머스 등 상대적으로 부진한 사업부문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국내 그로서리 1번지 도약”

김 부회장은 본격적으로 롯데쇼핑의 경쟁력을 키워 국내 유통시장 장악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백화점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온라인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 그가 가장 먼저 눈을 돌린 곳은 ‘그로서리(식료품)’시장이다.

이에 김 부회장은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를 구분 짓지 않고 모든 매장을 그로서리 전문점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마트는 ‘대형 그로서리’ 전문점으로 슈퍼는 ‘중소형 그로서리’ 전문점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첫 단계로 마트와 슈퍼의 상품 소싱 업무를 통합해 시너지를 강화한다. 소싱을 통합하게 되면 중복 업무로 인한 비용과 시간 낭비를 방지할 수 있게 된다.

마트와 슈퍼의 상품코드 통합 작업도 진행한다. 기존에는 마트와 슈퍼가 같은 상품을 취급하면서도 별도의 상품코드를 사용해 양사 데이터를 종합하기 어려웠으나 상품코드 통합을 통해 통합 발주와 상품 관리, 데이터 분석 등의 업무가 가능해진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손잡았다. 온라인 식료품 배달 서비스사업을 확장을 위해서다. 203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오카도의 자동화 물류센터를 국내에 6곳 설치해 매출 5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롯데쇼핑은 김 부회장의 주도 아래 미래먹거리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롯데가 유통1번지라는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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