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서 '어린 혜정' 역... 피해·가해자 다면적 표현 호평
캐릭터에 대해 와닿은 핵심 대사는 '문동은 아니었으면 너였어'
'혜정'에게 좋은 어른 있었다면 엇나가지 않았을 것 같아 아쉬워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와 MBC 금토드라마 '금혼령'에서 연달아 빌런 역을 맡아 1인 2색 연기로 화제를 모은 배우 송지우를 만났다. 송지우는 '더 글로리'서 '박연진'(임지연 분)과 함께 '문동은'(송혜교 분)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최혜정'(차주영 분)의 고교 시절을 연기했다. 그는 '요즘 들어 많은 응원 메시지를 받고 있다'며 감사한 소감을 말했다.

"어떠한 사전 정보 없이 '김은숙 작가님의 작품', '고교생'이라는 것만 알고 오디션을 봤어요. 현장에서 30분 전에 대본을 받아서 오디션이 진행됐는데 (짧은 발취 대본으로는) 어떤 캐릭터인지 잘 파악이 되지 않아 대본을 보면서 캐릭터를 분석하며 연기했어요. 네 번째 만남 때 감독님께서 캐릭터와 장면에 관해 설명해주시면서 '잘해보자'고 하셨어요. 아직도 잊지 못하는 순간입니다."

실제로 송지우는 극중 '박연진'의 '문동은 아니었으면 혜정아 너였어'라는 대사로 알 수 있듯, '박연진'과 '이사라'의 우유-술 심부름 등 갖은 모욕과 수모를 당하면서도, '박연진' 무리에서 신분 상승을 위해 악착같이 노력하는 어린 '최혜정'을 다면적으로 표현해내며 큰 호평을 얻었다.

배우 송지우. 사진=한아름컴퍼니 제공
배우 송지우. 사진=한아름컴퍼니 제공

"제가 분석한 '혜정'이란 캐릭터는 '타인에 대해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크고 어디서든 살아남는 방법을 찾는 생존력이 강한 인물'이라는 것이에요. '혜정'의 행동은 두려움에서 시작됐지만 개인의 욕망으로 크게 변질되죠. 체육관 장면 촬영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체육관에서 촬영을 많이 하기도 했고요. '동은'이의 울부짖음이 아직도 생생해요. (정지소에게) 너무나 미안해하면서 촬영한 기억이 있어요."

처음엔 '혜정'이가 '동은'이를 이렇게까지 괴롭히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아 대본을 계속해 들여다봤다. 송지우에게 와닿은 핵심 대사는 '문동은 아니었으면 너였어'였다. '혜정'이는 끊임없이 집단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연진-사라-재준과 같아지기 위해, 더 악랄하게, 때론 더 나서서 분위기를 띄우고, '동은'이를 끌고 오는 행동 대장 노릇을 한다.

'더 글로리' 스틸. 사진=넷플릭스 제공
'더 글로리' 스틸. 사진=넷플릭스 제공

"체육 선생님에게 키를 받아오는 것도 자신의 능력치를 인정받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을 것 같아요. '혜정'의 시작은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동은'이를 괴롭혔지만 이후론 자신의 사회적인 위치를 연진-사라-재준과 동일시하면서 그것이 너무 좋아 헤어나오지 못한 것 같아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혜정'이에게도 누군가 바로 잡아줄 어른이 있었다면 '혜정'이도 이렇게 엇나가게 성장하지 않았을 거라는 점입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이다. 안길호 감독이 연출, 김은숙 작가가 시나리오 집필을 맡은 작품은 현재의 인물들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는 아역 배우들의 열연으로 각본과 연출의 미학을 크게 증폭시켰다.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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