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호 기자.
정현호 기자.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가까스로 올해 2분기 전기료 인상안이 발표됐다. 정부와 여당은 15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앞서 한국전력공사가 내놓은 자구책 등을 토대로 올 2분기 전기요금·가스요금 인상을 결정했다.

한전이 발표한 1분기 실적 자료에 따르면 영업손실은 6조1776억원에 달했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세와 함께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는 여전히 유지됐으며, 이에 손실 폭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에 당정은 전기료 인상에 공감대를 이뤘다.

최근 국내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 부담을 떠안은 서민들을 위해서 전기료 인상이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으나, 한전의 경영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몰린 탓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한전 등의 재무상황과 경영은 여전히 심각하며, 자구노력만으로는 직면한 위기를 타개할 수 없기에 전기요금 조정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요금 결정과 관련 한 달 가까이 질질 끌다가 인상을 결행했지만 취약계층 부담 등을 고려한 결과 인상폭은 당초 예상과 달리 소폭인 킬로와트시(Kwh)당 8원에 그쳤다. 한전의 눈덩이 적자를 해소하기엔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이 장관도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요금을 지속 조정해 왔음에도 과거부터 누적된 요금 인상 요인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다”며 “에너지 공기업 재무 여건이 악화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안정적인 전력 구매와 가스 도입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내 전기료엔 정치권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과감한 인상이 쉽지 않다. 경쟁과 시장 원칙에 기반한 전력 생태계 구축을 공언한 정부의 외침이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여당의 포퓰리즘 행보도 전 정권과 비교해 별반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전기료 인상 속도는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본질과도 동떨어져 있다. 정부는 시장논리에 입각해 요금을 조정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정치권도 더 이상의 ‘네탓' 공방은 멈추고, 정치셈법보단 국민 눈높이에 맞춘 에너지정책 구상에 집중해야 할 때다.

국가 전력체계 부실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여야 대립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나의 문턱을 넘은 정부, 여당이 앞으로는 여론에 함몰되지 않고 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한전의 적자 문제를 과감히 헤쳐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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