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 기자.
이재형 기자.

[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분만실 찾아 삼만리’. 의료강국 도약을 외치는 한국 의료현장의 현주소다.

환자는 계속 발생하는데 치료할 사람이 없다. 해결 방안은 모두가 알고 있다. 의사 수를 늘리는 거다. 인력 증원이라는 간단한 일이 3년째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교통사고로 다친 70대가 수술 받을 병원을 찾다가 구급차로 이동하던 중 사망했다. 지난 3월 대구에서는 4층 높이 건물에서 떨어진 여고생이 2시간 넘게 응급실을 찾아다니다 구급차 안에서 심정지가 발생해 숨졌다. 두 사건 모두 중환자실이 꽉 찼다는 등 이유로 병원이 환자 수용을 거부해 일어난 일이다.

소아과 오픈런(영업시간 전부터 대기)도 심각하다. 소아과 진료를 받으려면 새벽부터 줄을 서서 번호표를 받아야 한다. 4분 진료 받기 위해 4시간을 기다린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부족이 심각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지난 6일에는 강원 지역에서 출산이 임박한 임신부가 분만실을 찾아 두 시간을 헤매다가 헬기를 통해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됐다. 산모가 아이를 낳기 위해 헬기를 타고 이동했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이같은 문제는 일찌감치 예견됐다. 고령화로 환자 수는 늘어나는데 전국 의대정원은 2006년부터 연 3058명으로 묶여있다. 여기에 응급의학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 기피 현상이 더해졌다. 

2020년 정부는 필수의료분야 의사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의대 신입생 정원을 매년 400명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의사들의 집단 진료거부 등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후 관련 논의는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했다.

지난 8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의료현안협의체를 열고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의사인력 재배치와 확충’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필수의료 공백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의료계 입장도 일리는 있다. 추가로 배출한 의료인력이 필수의료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다만 무엇보다도 절대 부족한 의사 수를 늘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필수의료분야 배치는 추후 논의해도 된다. 치료할 사람이 있어야 배치를 할 것 아닌가.

3년 만에 양측이 테이블에 앉았다. 어렵게 논의를 시작한 만큼 의료공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합의 도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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