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원가주의 원칙’에 입각해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했던 윤석열 정부가 올해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현 정부는 에너지정책에 있어 원칙을 우선순위에 뒀으나, 이는 공수표가 된 모양새다.
전기요금 정상화를 늦출수록 국민에게 돌아가는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누적 적자는 이미 한계에 다다른지 오래다. 한전은 지난해 32조6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정부는 올해 필요한 전기요금 인상 폭을 킬로와트시(kWh)당 51.6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실제 인상 폭은 kWh당 21원 수준에 그친다. 전기를 구매가는 가격 대비 파는 가격이 싼 탓에 ‘역마진 구조’는 완전히 고착됐다.
한전은 고강도 자구책을 시행 중이며, 사업비와 직원들 성과급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맸다. 하지만 이 정도로 재무구조가 개선될리 만무다. 결국 빚이 빚을 부르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3분기 요금 동결의 이유로 국민 부담과 함께 최근 국제 에너지가격의 안정화 등을 들었다. 정부는 올 4분기에도 동결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총선이 내년 봄으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전기료를 올렸다가는 역풍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전의 골병만 깊어지게 됐다. 한전의 누적 적자는 연말 45조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산업 전반이 위축되면서 전력생태계 자체가 약화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다.
언젠가는 올려야 할 요금을 인위적으로 막아 둘수록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어려워진다. 폭탄돌리기이기 때문이다.
에너지정책은 국민의 생존과 국가 안보 측면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힘들더라도 정공법으로 가야한다. 현 정부와 여당은 전기요금 인상 방치로 한국전력을 전대미문의 위기로 몰아넣었다며 전임 문재인 정부를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또 비슷한 전철을 밟으려한다. 이는 '내로남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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