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돼야 하며, 이름과 국적을 가져야 하며, 가능한 한 부모가 누구인지 알고 부모에 의해 양육 받아야 한다.” 유엔(UN) 아동권리협약 제7조다.
지난 8년간 국내에서 태어난 아동 2236명이 이 권리를 잃었다.
감사원은 2015~2022년 사이 의료기관에서 출산한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 사례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출생 미신고 영유아는 2236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2명은 냉장고 속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아이들이 세상을 떠난 시점은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이다. 정부는 이 아이들의 출생을 태어난지 4년이 지난 후 싸늘한 주검이 됐다는 소식으로 확인했다.
28일에는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12살 소년의 사연이 전해졌다. 소년은 2011년 경기도 한 병원에서 태어났으나 당시 사실혼 관계였던 부모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사회돌봄체계에서 배제된 채 주로 집에서 지내왔다. 이 소년의 존재는 지역 행정복지센터 직원이 전기료 체납 가정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무엇을 한 것이냐는 비판 목소리가 커졌다. 감사원은 했는데 복지부는 왜 못했냐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감사원법에 근거해 임시신생아번호가 부여된 아동과 출생신고 현황을 비교하는 방법으로 아이들을 찾았다.
복지부는 이와 관련해 임시신생아번호는 질병관리청이 관리해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질병청은 공익적 목적이라면 제공이 가능한데, 복지부가 요청한 적이 없다고 했다. 20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어떻게 됐는지 모르는 일이 벌어졌는데 네 탓 공방을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28일 복지부는 임시신생아번호만 있는 아동에 대한 출생신고 여부와 소재·안전 확인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2015~2022년 출생 아동 2123명을 대상으로 한다. 정기적인 위기아동 관리를 위해 시행령 개정 등도 추진한다.
일각에선 강제적 성격의 조치가 출산 사실을 숨기고 싶어하는 이들을 ‘병원 밖 출산’으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이같은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는 근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의 생명보호는 국가의 첫 번째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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