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태 기자
김익태 기자

[서울와이어 김익태 기자] 정부의 가격 압박으로 기업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내렸으나 정작 소비자들이 체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라면, 밀값이 내렸다고 식당에서 먹는 라면, 짜장면 가격이 싸진 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의 ‘보여주기식 물가 안정’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는 제품 인상 소식만 들려왔다. 소비자에게 가격 인하 소식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치솟는 외식물가에 소비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전반적인 물가 안정 추세에도 외식물가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물가지수는 1년 전 대비 6.3% 상승했다.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7%)의 2배를 넘는 수치다. 먹거리와 관련해 소비자가 부담을 느끼는 ‘체감 물가’는 그대로라는 얘기다.

이제 1만원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외식 품목은 김치찌개 백반과 자장면, 칼국수, 김밥 등 4개에 불과하다. 여름철 대표 음식 냉면이나 삼계탕의 경우 전문식당에선 1만5000원을 줘야 먹을 수 있다.

정부 압박에 주요 라면업체 4곳 모두가 제품 가격 인하에 나서고 제과·제빵업계도 가격 인하에 동참하는 등 일부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라면과 밀가루값 인하에도 분식점 등 개별 식당들은 인하 폭이 음식 가격 인하를 결정할 만큼 크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라면값이 50원 내렸다고 판매 가격을 100원 깎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난방비와 인건비 등 라면을 끓여 파는 데 다른 비용이 여전히 많이 들어간다. 여기에 봉지라면을 공급하는 중간 유통업체들이 출고가를 아직 조정하지 않은 탓도 있다.

정부 압박에 라면과 밀가루 가격이 인하된다는 소식이 연일 보도되면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속앓이만 하고 있다. 생산비용은 거의 변함없는 상황에서 메뉴판 가격을 내리길 바라는 손님들 눈치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 하락을 체감할 수 있는 경제정책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먹거리 물가 잡기식 정책은 당장 물가가 잡힌 것 같은 착시효과를 줄 뿐이다.

정부는 외식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식자재 유통과정을 손보거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는 등 현실적인 방안을 고민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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