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태 기자
김익태 기자

[서울와이어 김익태 기자] 최근 라면업체들이 뭇매를 맞고 있다. 밀 가격이 하락했는데 이런 요인을 제품 가격에 왜 반영하지 않느냐는 여론의 질타 속에 정부의 가격 인하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 방송에 출연해 국제 밀 가격이 전년 보다 50% 안팎 내려간 점을 감안해 그간 올린 라면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추 부총리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밀 가격은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밀 선물가격은 톤(t)당 419달러로 치솟았다. 지난 2월 톤당 276달러로 떨어졌으나 평년의 201달러보다는 비싸다.

라면 업체들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라면업계는 밀 가격이 낮아졌지만 밀가루와 팜유, 스프 등 다른 원재료 가격은 그대로이고 라면 한 봉지에서 밀가루가 차지하는 비중도 30%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주재료인 전분, 설탕 등 가격이 올랐고 이와 함께 물류비, 인건비 등 제반 비용 상승도 잇따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밀 가격 인하로 라면값을 내리기엔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정부가 식품 가격 인상에 제동을 건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농식품부는 지난해 9월과 올 초 주요 식품업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가격 인상을 최소화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기업들은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아무런 대책도 없이 ‘가격을 올리지 말라’는 정부의 말 뿐이었다.

그간 인상 요인을 감내해오던 식품기업들도 한계에 다다른 분위기다. 당장 다음 달 1일부턴 치즈·아이스크림·커피·안주류 등 인상이 예고됐다.

일각에선 정부의 가격 통제가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가격 인상 요인이 다양한데도 정부가 물가 인상 책임을 업계에만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직접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던 시기도 지났고, 할 수도 없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합리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물가 안정 협조 요청은 대책을 마련한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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