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 기자.

[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지난해 4월부터 공석이었던 경남 산청군보건의료원 내과에 이달 초 드디어 의사가 왔다.

근무를 승낙한 이는 충청도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다가 지역 봉사 취지로 이곳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청군은 의사 평균 소득(2020년 2억3700만원)보다 훨씬 많은 연봉 3억6000만원을 제시하며 지난해 11월부터 전문의 채용공고를 냈으나 번번이 채용에 실패했다.

지방의사 고갈 문제는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사례다. 의료계에는 이미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 정재영(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 선호현상과 서울·수도권을 떠나지 않으려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최근 정부와 의사협회가 의대정원 확대 논의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의료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에는 모두 공감한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입장 차가 있다. 

전국의사총연합 등 단체는 정원 확대만으로는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영업시간 전부터 대기)’ 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단순한 의대 정원 확대는 자칫 지금의 구조를 더 공고하게 만들 수도 있다.

환자가 있는 곳에 의사가 있어야 한다. ‘지역의사제’가 답을 주고 있다. 이 제도는 일본에서 자리잡은 것으로 벤치마킹할 대상도 있다. 일본은 1997년 지역의사제를 도입했다.

지역의사선발전형을 통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면허 취득 후 10년 동안 해당 지역에서 의무 복무를 조건으로 한다. 실제로 전문의가 된 이후 지역의료에 종사하는 경우가 80% 이상이다.

국내서는 비수도권 지역의 인재가 해당 지역 의대에 입학하고, 졸업 후 다시 그 지역 의료에 종사하는 내용의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안’이 2020년 7월 의원 29명에 의해 발의된 적도 있다. 일본의 지역의사제를 참고한 안이다.

물론 일본에서 시행한 제도를 그대로 우리에게 적용할 순 없다. 다만 현실에 적용해 본 제도인 만큼 국내 상황에 맞게 보완해서 차용한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지역의사제 도입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임신부가 아이를 낳기 위해 서울로 헬기를 타고 가는 기형적인 상황이다. 탁상에서 새로운 안을 두고 시뮬레이션하며 앉아 있을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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