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 기자.
이재형 기자.

[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요즘 동네 약국을 지날 때 정문에 어린이감기약 품절 표시가 붙어 있나 확인하는 부모들이 많다. 어린이 해열제 판매 1위와 2위 업체 의약품이 진열대에서 사라지면서, 소아용 감기약 품귀현상이 나타날 조짐을 보여서다. 

아이에게 먹일 약을 제때 구할 수 없을까봐 불안한 마음이 커지는데, 정부에서는 이렇다 할 수급안정 대책이 안 나온다. 문제가 된 시럽제에 대한 불안도 커져 가루알약 처방을 원하는 부모도 늘고 있다.

제조사의 미흡한 품질관리 능력과 주무관청의 후속 대책 부재로, 소비자가 나서서 대안을 찾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달 말 식약처는 갈변 우려가 있는 동아제약의 어린이해열제 ‘챔프시럽’을 직접 수거해 검사를 실시한 결과, 2개 제조번호에서 부적합이 확인돼 ‘강제회수’ 조치를 내렸다. 나머지 전체 제조번호는 ‘자발적 회수’하도록 권고했다.

회수 조치 대상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성 미생물은 검출되지 않았으나, 진균이 정해진 기준보다 많이 검출됐다. 잠정 제조·판매·사용 중지 조치는 동아제약의 제조‧품질 관리의 적절성이 확인될 때까지 유지된다. 언제 안전한 제품이 다시 공급될지 모른다는 얘기다.

3주 뒤, 이번에는 챔프시럽의 대체재인 대원제약의 어린이해열제 ‘콜대원키즈펜시럽’ 제조와 판매가 잠정 중지됐다. 식약처는 이 제품에서 ‘상분리’ 현상이 확인됐다며 ‘자발적 회수’를 권고하고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상분리현상은 투명액(맑은액)과 불투명액(흰색)으로 분리되는 현상이다. 상분리 제품을 분할해 복용하는 경우 투약되는 주성분량이 다소 적거나 많아질 가능성이 있어, 제제개선 등을 거쳐 제품의 균일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콜대원키즈펜시럽 역시 제제개선 등이 확인될 때까지 제조·판매 중지조치가 유지된다.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어린이해열제가 회수되고 공급이 중단되면서 기타 제조사가 판매 중인 의약품이 빈 자리를 메우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약국에선 조제용 수급도 쉽지 않다는 얘기가 들린다.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기 어려워 수급불안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어린이감기약 수급 안정화를 위해 생산 가능 업체들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 아이들 해열제를 찾기 위해 부모가 약국을 뺑뺑이 도는 일은 막아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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