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럽제 증산 독려에도 품귀현상 막지 못해
약국, "내린다시럽 주문해도 언제 들어올지 몰라"

[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복약 연령 제약이 덜하고 복용 편의성이 높아 인기인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어린이해열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국내 1~2위를 다투는 시럽형태 일반의약품 두 제품이 판매 중지되면서다.
서울 구로구 소재 약국 5곳에 만 7세 미만이 복용할 수 있는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제 재고를 확인한 결과 모두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구로구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약사 A씨는 “문제가 생겨서 전국에서 품귀인 상황”이라며 다른 곳도 사정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갈변 우려가 있는 동아제약의 어린이해열제 ‘챔프시럽’ 2개 제조번호에서 부적합이 확인돼 ‘강제회수’ 조치를 내렸다. 나머지 전체 제조번호는 ‘자발적 회수’하도록 권고했다.
3주 뒤에는 챔프시럽의 대체재인 대원제약의 어린이해열제 ‘콜대원키즈펜시럽’ 제조와 판매가 잠정 중지됐다. 투명액(맑은액)과 불투명액(흰색)으로 분리되는 상분리현상이 발견된 탓이다.
이들 제품 회수 조치가 내려지면서 어린이해열제 공급부족 우려가 커졌다. 두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합하면 90%에 달한다.
지난 2일 권오상 식약처 차장은 아세트아미노펜 시럽제 ‘내린다시럽’ 생산업체인 텔콘알에프제약을 방문해 “소아용 해열제 공급이 불안정한 상황”이라며 증산을 독려했다. 텔콘알에프제약은 이 자리에서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정부와 업계가 증산을 통해 소아용해열제 품귀현상을 막으려 했으나 역부족인 모습이다. 이제 내린다시럽도 구하기 힘들어졌다. 인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B씨는 “내린다시럽이 1개 남았다. 남은 1개가 나가면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 계속 주문을 하고 있는데,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거주하는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C씨는 “아이가 열이 나 해열제를 사러 갔는데 시럽제는 없다고 해 물에 타 먹는 가루약을 사서 먹였다”며 “아이들 해열제가 품귀라고 하니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당국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9일부터 약국 1곳당 ‘내린다시럽’ 최대 구입 물량을 10개로 제한한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로는 공급부족 현상 해소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회수 중인 두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매우 크다”며 “챔프시럽은 식약처 조사가 이뤄지고 있고, 콜대원키즈펜시럽은 제제개선이 끝나야 대략적 공급 시점을 알 수 있는 상황이다. 1~2주 안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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