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대기업집단 2위 등극
2012년 하이닉스 인수 결단, 그룹 성장 날개 달아
올해도 핵심사업 투자와 새로운 먹거리 찾아나서

2012년 그룹 반대에도 하이닉스를 인수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빛을 보는 모습이다. 사진=SK그룹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결단력과 과감한 투자가 마침내 열매를 맺었다. 그룹은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대기업집단 순위 2위에 올랐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의 인수합병(M&A) 등 경영성과가 드디어 빛을 낸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최 회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미래 먹거리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올해 첨단소재, 바이오, 그린, 디지털 등 4대 핵심사업을 중점으로 과감한 투자와 M&A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 2위 상승 이끈 주역은 ‘SK하이닉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들의 공정자산 변화를 분석한 결과 SK그룹의 공정자산 규모는 270조7470억원으로 현대차그룹(250조140억원)에 20조원가량 앞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5월 공식 재계 순위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SK그룹의 2위는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그룹은 2006년 이후 줄곧 3위에 머물렀다. 이번 2위에 오르기까지는 계열사인 SK하이닉스 성장세가 큰 영향을 미쳤다.

결과적으로 최 회장의 2012년 하이닉스 인수 결정은 그룹에 날개를 달아줬다. 인수가 추진됐던 당시 하이닉스는 순손실을 내는 등 경영난에 허덕이는 기업이었다. 그룹 내부에서는 당시 인수에 회의적인 시각이 다수였다.

업계에서는 반도체사업 사이클이 뚜렷하고, 막대한 투자가 동반되지 않을 경우 SK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최 회장은 수많은 반대에도 결국 하이닉스를 인수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시장에서 미운오리새끼 취급받던 SK하이닉스는 현재 백조가 됐다. 최 회장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반도체사업뿐 아니라 글로벌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최 회장의 판단이 적중한 결과다.

그는 ‘M&A 승부사’라는 별명에 걸맞게 대기업 총수 중 가장 활발한 M&A를 적극 추진하는 모습이다. 1998년 취임 후 각종 M&A를 성사시켰고, 백미는 단연 SK하이닉스로 꼽힌다.

이후 최 회장은 2017년 낸드 전문기업인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 2020년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등 굵직한 M&A 활동을 최근까지 이어왔다. 에너지·석유화학과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주력하던 그룹은 반도체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장착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높은 성장세와 더불어 최 회장의 적극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 시도와 적극적인 투자, M&A가 주효했다”며 “SK는 공격적인 투자에 속도를 내는 모습으로 현대차와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새로운 그룹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그룹 외연 확장과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올릴 전망이다. 사진=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새로운 그룹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그룹 외연 확장과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올릴 전망이다. 사진=SK그룹 제공

◆국내외 통 큰 투자, 글로벌기업 성장 ‘속도’

그는 올해 글로벌기업 도약을 위해 속도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신년사를 통해 실적 성장을 비롯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고, 도전정신으로 충만한 ‘프런티어(개척자)’가 되자고 강조했다.

지난해 최 회장은 성장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국내외를 넘나들며 연일 분주히 움직였다. 올해도 그룹의 비전인 ‘글로벌스토리’ 경영을 가속할 준비에 여념이 없다. 프런티어 정신을 바탕으로 그룹 외연 확장을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전념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 현지 배터리·수소 친환경부문 투자를 확정했다. 2030년까지 미국 투자 규모를 520억달러(약 61조원)로 정하고 SK온·포드 합작공장 건설, SK E&S 미국 에너지솔루션 기업 투자도 결정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제품 자국 생산을 추진함에 따라 나온 통 큰 결단이다. 그룹의 사업영역을 국내를 넘어 해외 무대로 점차 넓히는 큰 그림이다.

국내에서는 친환경사업분야의 연구·개발(R&D) 인력과 역량을 한 곳에 모으기 위한 대규모 연구시설 건설 계획도 확정했다. 그룹은 부천시와 손잡고 부천 대장신도시 약 9만9000㎡(3만여평) 부지에 SK이노베이션 등 7개 관계사 친환경 R&D 인력 3000여명이 근무할 ‘SK그린테크노캠퍼스(가칭)’를 설립한다.

해당 시설은 최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그는 지난해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등을 통해 “그린 사업 전략을 택한 관계사들이 결집해 전략을 실현할 방법을 함께 논의하고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관계사들은 CEO 협의체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환경사업위원회를 신설하고 그룹 차원의 지속 가능한 친환경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R&D 거점 구축 방안 등을 검토해온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의 과감한 판단과 투자 결단이 없었다면 현재 SK그룹도 없었을 것”이라며 “기업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최 회장의 뚝심 있는 결단력으로 올해도 그룹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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