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스마트도시 '네옴' 건설, K 기술력 총동원
국내 기업들, 현지 생산거점 구축에 공격적 행보
수소·원전 등 미래 에너지원 사업협력 강화 기대

지난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방한하면서 국내 기업들과 40조원 이상의 투자 계약이 성사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내 기업들이 역량에 관심을 보였고, 전 산업분야의 협력을 기대한다.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국내 기업들의 계획을 알아보고 국내 기업들이 제2의 중동 특수를 누릴 수 있을지 확인해본다. [편집자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석유중심 경제구조 탈피를 선언하면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 스마트도시 '네옴' 건설사업엔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력이 대거 활용될 전망이다. 사진=네옴 공식 홈페이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석유중심 경제구조 탈피를 선언하면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 스마트도시 '네옴' 건설사업엔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력이 대거 활용될 전망이다. 사진=네옴 공식 홈페이지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에 들어설 친환경 첨단도시인 네옴시티는 제조업의 판도를 바꿀 미래 첨단 기술력이 집약된 곳이 될 전망이다. 

사우디 북서부지역 사막 한가운데 조성되는 네옴시티는 서울시의 44배 크기로 투자 금액만 670조원에 이른다. 산악 구간인 ‘트로제나’, 120km 길이의 ‘더라인’과 남부지역 ‘옥사곤’이 각각 건설된다. 

친환경 스마트 혁신 도시 건설사업으로 여기엔 국내 제조기업들이 자랑하는 스마트팩토리 등이 구축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경기불황 속 사업이 속도를 낸다면 기업에 있어 분위기 전환에 신호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첨단산업 집약, 스마트시티 네옴에 쏠린 눈

지난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이뤄진 ‘한·사우디 투자포럼’에서 체결된 양해각서(MOU)만 23개에 달한다. 

세계 최대 규모 신도시 네옴시티 인프라 구축 관련 협약이 대부분으로 철도·건설 인프라부터 그린수소 등 재생에너지, 차세대 통신 등 신산업을 모두 아우른다.

대표적으로 롯데정밀화학은 사우디 투자부와 공장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했고, DL케미칼은 현지 폴리부텐(PB) 공장 설립 계약을 맺었다. 사우디 측이 기존 석유 중심의 경제구조 탈피를 선언하면서 국내 재생에너지 관련 기업들에 기회가 찾아왔다.

삼성물산은 한국전력 등 5개사와 함께 65억달러(약 8조7100억원)를 쏟아 2025~2029년 사우디 홍해 연안 얀부시에 40만㎡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 단지를 짓는 대형 프로젝트에 나설 예정이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는 사우디 정부에 목표와 맞물려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효성중공업 역시 사우디 전력기기 제조사인 알파나르(Alfanar)와 가스절연개폐장치 제조법인 설립을 위해 손잡았다. 

두산에너빌리티(주조·단조공장 건설)와 코오롱글로벌(스마트팜 합작법인 설립)도 현지 생산거점 구축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발주가 증가하면서 각 기업에 중동 설비투자(CAPEX)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장기적인 사업인 만큼 자재 조달, 인력 등의 비용 부담과 리스크는 존재한다. 기업들의 경우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사업에 무조건 발을 들여놓겠다는 속내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주요국 경기침체 상황에 돌파구가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현지 에너지 전환 움직임으로 우리나라 원전기업들에 진출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의 탄소중립 달성에 경쟁력을 지닌 국내 소형원전모듈(SMR)이 활용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기기가 필수적이다. 

사우디 정부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네옴시티 건설과 자국 탄소중립 비전 달성 관련 국내 기업들과 협력 강화를 원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사우디 정부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네옴시티 건설과 자국 탄소중립 비전 달성 관련 국내 기업들과 협력 강화를 원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미래 에너지사업 파트너 1순위는 대한민국

사우디가 두산에너빌리티와 주조·단조공장 건설 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원전뿐 아니라 한국과 사우디 간 수소경제 협력 강화에 대한 기대도 크다.

실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방한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8명의 국내 재계 총수들과 만나 수소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한국 딜로이트그룹은 기후위기 현황과 정부 및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 전략 등을 담은 '딜로이트 인사이트 24호'를 내면서 2050년 글로벌 수소시장의 규모는 2조달러(약 2662조8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 딜로이트는 이와 관련 기후기술이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가 제공될 것으로 본다.

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국내 수소생태계 활성화를 이끌겠다는 목표다. 윤석열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 간 만남으로 한국은 사우디에 최대 협력 파트너가 됐다. 

윤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를 외국인 정상 중 최초로 한남동 관저로 초정해 "양국 간 신성장 분야 투자와 네옴과 같은 메가 프로젝트, 방위산업, 수소 등 미래 에너지 개발에 협력을 한층 확대하고 발전시켜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빈 살만 왕세자도 "한국 기업들이 사우디의 국가 인프라 발전에 크게 기여했고, 축적된 신뢰를 바탕으로 사우디 ‘비전 2030’의 실현을 위해 협력관계를 강화해 나가길 희망한다"며 윤 대통령 제안에 화답했다. 

재계와 각 기업들은 과거 건설분야에 치중됐던 협력이 첨단산업 전 분야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1980년대 초반까지 한국경제의 도약을 이끈 '중동 붐'이 다시 불지 주목하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우디가 한국을 네옴시티 주요 파트너로 정한 것은 그간 협력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며 “현재 에너지분야에서 수소뿐 아니라 개발·탄소포집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등도 함께하길 원하고 있으며, 수년간 다수의 프로젝트가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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