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중동붐 기대 높아지는 상황
관련 기업 다수가 증권시장 상장돼
현 시점서 수행단계 어려움이 변수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한국에 방문하면서 국내 증권시장에서도 관련주에 대한 관심이 높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한국에 방문하면서 국내 증권시장에서도 관련주에 대한 관심이 높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와이어 유호석 기자]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한국에 방문하면서 국내 증권시장에서도 관련주에 대한 관심이 높다. 사실상 제 2의 ‘중동붐’이 오는게 아니냐는 기대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사우디 투자부와 함께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한국 주요 기업과 사우디 정부·기관·기업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 걸쳐 총 25건의 계약·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증권시장에서도 오일머니 수혜주에 대한 옥석이 가려질 전망이다. 특히 직접적으로 수혜가 기대되는 것은 샤힌(아랍어로 매를 뜻함) 프로젝트와 네옴시티(NEOM City) 관련주다. 현재 계약이나 투자, 업무협약(MOU, Memorandum Of Understanding) 등을 체결한 국내 기업 중 적잖은 수가 상장사라 증권시장에서 투자심리 개선이 기대된다.

또한 사우디 비전 2030의 프로젝트가 건설, 친환경(태양광·풍력·원전), 스마트 인프라, 방산, 조선 등으로 다양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기업들도 추후에 계약에 성공할 가능성도 있어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현재 시장에서 주목받는 오일머니 관련 사업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샤힌 프로젝트다. 약 7조원을 투입해 울산에 스팀크래커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을 구축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이번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에 맞춰 투자가 공식화됐다.

S-Oil은 울산 공장 인근에 석유화학 제품 생산 설비를 짓기 위해 국내 건설사 3곳과 EPC(설계·조달·시공) 계약을 체결한다.

네옴시티도 세간의 이목을 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비전 2030’ 정책의 일환으로 지난 2017년 10월24일 발표한 신도시 계획이다. 사업비만 5000억달러(약 640조원)을 투입해 서울의 43배 크기에 달하는 자급자족형 친환경 신도시를 짓는다.

계획을 살펴보면 롯데월드타워(550m)보다 조금 낮은 높이 500m의 초대형 건물 두개 동을 건설하고, 다중 레이어로 채워 꾸미는 직선도시 ‘더 라인’(The Line), 네옴의 산악지대를 개발해 친환경 관광단지를 만드는 ‘트로제나’(TROJENA), 바다 위에 떠 있는 미래형 복합 첨단 산업 단지 ‘옥사곤’(OXAGON) 등이다.

샤힌 프로젝트 뿐 아니라 네옴시티와 관련해서도 대규모로 오일머니가 투입된다. ‘직접적’ 혜택이 기대되는 국내 기업도 다수다.

국내 주요 기업과 사우디 투자부가 체결한 투자·업무협약(MOU) 등을 살펴보면  5건은 우리나라 민간 기업과 사우디 투자부, 17건은 공기업이 포함된 한국 기업과 사우디 기관·기업 간에 체결됐고, 3건은 사우디가 투자한 기업인 에쓰오일(S-Oil)과 국내 건설사들 사이에서 맺어졌다.

현재 한국전력·한국남부발전·한국석유공사·포스코·삼성물산은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예정 사업비가 65억달러(약 8조5000억원)에 달하는 그린 수소·암모니아 공장 건설 추진 프로젝트 MOU를 체결했다.

삼성물산은 이와 별도로 PIF와 네옴시티에 철강 모듈러 방식으로 임직원 숙소 1만가구를 짓는 ‘네옴 베타 커뮤니티’ 프로젝트 관련 MOU를, 한전은 사우디 민간발전업체인 ACWA파워와 그린 수소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대로템은 사우디 철도청에서 추진하는 네옴 철도 협력을 위해 손을 잡았다. 해당 사업의 규모는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외에 롯데정밀화학(화학), DL케미칼(합성유), 제엘라파(제약), 게임(시프트업) 등의 기업이 사우디 투자부와 MOU를 체결했다.

한전(열병합), 대우건설(가스·석유화학), 효성중공업(가스절연개폐장치) 등의 에너지 분야와 두산에너빌리티(주조·단조 공장건설), 비엠티(산업용 피팅밸브), 터보윈(전기컴프레서) 등도 사우디와 사업 협력에 나선다.

추가로 유바이오로직스(백신·혈청기술), 비피도(프로바이오틱스) 등의 바이오 기업과 코오롱글로벌(스마트팜), 동명엔지니어링(엔지니어링서비스), 메센아이피씨(재활용플랜트), 한국벤처투자(투자 협력) 등도 사업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번에 명단에 오른 기업들 다수가 상장사인 만큼 증권시장에서의 투자심리 개선도 가능해 보인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에서 수주와 관련하며 언급하는 네옴시티는 ‘사우디 비전 2030’의 크고 작은 프로젝트 87개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한-사우디 비전 2030 위원회’와 ‘사우디 비전 2030’의 내용들을 살펴보면 건설을 제외하고도 친환경(태양광, 풍력, 원전), 스마트 인프라, 방산, 조선 등 현재 시장에서 각광받는 구조적 성장주들이 많이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번 네옴시티 수주전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될 ‘사우디 비전 2030’은 시장
에서 예상하는 기업들의 업사이드 포텐셜이 재조정될 이벤트”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오일머니와 관련해 무조건 긍정적으로 보기만은 어렵다. 워낙 대규모인데다, 동시다발적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인력과 자재 조달 등에서 비용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네옴이 향후 수년간 다수의 프로젝트 발주에 나설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적다”면서도 “업체들 입장에서는 수행단계의 어려움이 변수”라고 설명했다.

장 연구원은 “위치적으로 외진 사업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될 경우 전반적인 인력 및 자재의 적시 조달과 인건비 등 비용상승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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