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업 초기 수주부터 이행 등 전 단계 총괄
초대형 프로젝트 ‘네옴’ 추가 수주 이달 나올 듯
국내 IT·친환경·인공지능기업 현지 진출 '가시화'

지난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방한하면서 국내 기업들과 40조원 이상의 투자 계약이 성사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내 기업들의 역량에 관심을 보였고, 전 산업분야의 협력을 기대한다.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국내 기업들의 계획을 알아보고 국내 기업들이 제2의 중동 특수를 누릴 수 있을지 확인해본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정부와 공기업, 민간업계가 원팀을 구성해 사우디 측과 체결한 네옴시티 관련 업무협약(MOU) 이행에 나설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내 마련된 '한-사우디 경제협력 민관추진위원회'가 중심이 돼 이달 MOU가 보다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돼 삼성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현지 진출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인프라 수주 등 기업들에 현지 진출을 돕는다. 프로젝트 추가 수주를 위해 역량을 모아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사진=네옴시티 공식사이트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인프라 수주 등 기업들에 현지 진출을 돕는다. 프로젝트 추가 수주를 위해 역량을 모아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사진=네옴시티 공식사이트

◆활짝 열린 네옴시티 문, “정부가 끌고 기업이 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젝트와 관련해 이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1~2월 중으로 양해각서(MOU)를 넘어 수주원대의 가시적인 수주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앞서 4박 6일간의 사우디아라비아 출장과 지난달 17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방한 당시 20시간 동안의 일정을 함께한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지만, 기대하셔도 된다”고 말했다.

자신감의 배경은 빈 살만 왕세자와 사우디 정부 측의 적극적인 구애다. 원 장관은 이와 관련 “네옴시티 등 메가 프로젝트에서 사우디가 최대한 많은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건설 수주 500억달러(약 70조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세울 수 있었던 이유도 구애 공세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프로젝트 추가 수주를 노리는 모양새로 공기업뿐 아니라 민간 기업들 참여를 이끌어 사업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살필 계획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원 장관은 이미 지난 출장에서 건설, 모빌리티, 정보통신(IT) 등 22개 국내기업을 이끌고 사우디를 찾아 다양한 사업 기회를 모색했다. 빈 살만 왕세자 방한에 맞춰 네옴시티 협력에 문을 활짝 연 기회가 됐고, 한국은 주요한 협력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원 장관은 “정부와 다양한 분야의 민간 기업이 한 팀을 이뤄 기업이 가진 다양한 기술과 경쟁력을 홍보하고 양국 간 신뢰와 협력을 한 단계 강화하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지속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수주로 귀결될 수 있도록 차질없이 진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문을 열자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실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승진 후 첫 해외 출장지로 중동을 선택했다. 출장길에 오른 이 회장은 우선 아랍에미레이트(UAE)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며, 사우디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과 마제드 알 호가일 사우디아라비아 도시농촌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제1회 한·사우디 주택협력 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과 마제드 알 호가일 사우디아라비아 도시농촌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제1회 한·사우디 주택협력 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중동, 우리나라 수출시장 중심축으로… 정·재계 화색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이달 중순 UAE를 공식 방문할 계획으로 전해져 이 회장의 출장에는 더욱 관심이 높아졌다. 이 회장은 무함마드 UAE 대통령 주관으로 매년 겨울 기업인들과 정계 원로 등이 참석하는 비공개 포럼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2019년 2월 UAE 출장에서 당시 왕세제였던 무함마드 대통령을 만난 이 회장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사우디 네옴시티와 비슷한 ‘마스다르 시티’ 건설 참여를 염두엔 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디를 거점 삼아 중동지역에서 영향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으로 ‘제2 중동붐’엔 삼성이 주도적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그간 삼성은 해외서 이뤄진 대형 건설, 차세대 통신 등의 수주로 핵심 역량을 보유했다는 점을 입증했다. 

네옴과 마스다르는 중동에서 이뤄지는 첨단 도시 계획이자 초대형 프로젝트로 삼성이 가진 5G와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이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다. 국내에선 산업부가 민관추진위원회 실무지원단 회의를 열고 26개 투자협력 협약(MOU) 이행 사항을 점검했다. 

정부는 한국경제의 한 축인 수출환경이 안갯속인 가운데 중동을 거점으로 분위기 전환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중동국의 제조업 육성 정책과 초대형 프로젝트에서 기업의 진출 기회를 찾기 위한 고위급 네트워킹도 구축할 방침이다.

중동 전체로 시장이 확대될 경우 삼성을 비롯한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등 5대 그룹을 포함, 원자력과 방산 역량을 보유한 기업들에 수출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새로운 수출시장이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달 예고된 실질적 성과에 대한 기대도 높다.

재계 관계자는 “이달 네옴시티 사업이 구체화하면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분야는 물론 인프라, 물류, 인공지능(AI) 등의 사업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 참여가 늘어날 것”이라며 “대외환경이 불안과 경기침체 분위기 속 중동은 우리 기업에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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