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사례 감안시 중동 붐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듯
네옴시티는 사우디 2030의 일부일 뿐… 여러 분야로 확장 중
구체적 사업 계획 없고, 투자위험·인력·원자재난 등이 문제
사우디, 중국과 손 잡아… 미국과 파워 게임으로 변질될 수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사진 EPA=연합뉴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사진 EPA=연합뉴스)

[서울와이어 유호석 기자] 지난달 중순 화제가 됐던 ‘네옴시티 수혜주’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을 떠나자 순식간에 식어버렸다. 정작 국내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중동 붐’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지적한다.

지금까지는 그저 ‘막연한 기대감’만 반영됐으며, 이르면 내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관련 모멘텀의 가시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조언이다.

다만 여러가지 리스크가 많기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당장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과 손을 잡으면서 과거 중동 붐과는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아직 단언하기는 어려우나 자칫 미국과 중국의 파워게임 사이에서 우리가 곤란한 상황에 빠질 가능성도 크다.

9일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사라진 듯 보이는 네옴시티 수혜와 관련, 시일이 지나면서 모멘텀 가시성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과거 사례를 통해 이번 모멘텀을 점검하고 수혜 시점과 분야에 대해 아이디어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네옴시티 기대는 단기에 사라졌다. 재료가 소멸하면서 관련주의 주가가 대체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두나무에 따르면 증권 투자 어플리케이션 증권플러스에서 지난달 상승률 1위 테마는 28.28% 오른 네옴시티다.

지난달 3일, 국토교통부는 원희룡 장관을 단장으로 한 수주지원단을 사우디아라비아에 파견해 네옴시티 등 메가프로젝트에 대한 우리 기업의 수주활동을 적극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같은달 17일에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방한한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기업이 국내 주요 기업 20여 곳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네옴시티 테마에 투자자 시선이 한껏 쏠렸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사우디아라비아 투자포럼을 통해 한국 기업과 사우디아라비아간에 총 26건의 계약 및 업무협약(MOU)이 체결됐다”며 “관련 테마 주가는 방한일에 맞춰 재료 소멸로 대체로 하락했으나, 한편으로는 테마가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수자원, 원자력, 전력설비, 플랜트 기자재 등이 강세를 보였고 추가적인 테마 탐색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중동 붐’은 이미 익숙하다. 1970~1980년대 중동국가의 건설붐이 불어오며 국내 건설 수주액은 10배 이상 급증했다. 1975~1980년 한국 외화수입액의 85.3%가 오일달러였다.

두번째 중동 붐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불었다. 유가가 회복되고 중국 제조업이 부상하면서 중동 지역의 정유·화학 플랜트 수요가 증가했고, 두바이가 인프라 구축과 도시개발에 나서면서 한국이 또 다시 수혜를 입었다.

만약 이번 네옴시티 수혜주를 넘어 새로운 중동 붐이 불어온다면 과거 사례를 감안해 일차적으로 건설과 플랜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

최 연구원은 “중동 모멘텀 수혜의 핵심은 건설과 플랜트”라며 “1970~80년대 토목이 주류였다면, 2000년대 이후로는 발전과 정유, 화학 플랜트가 상당수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대표격으로 알려진 친환경 수직도시 건설 프로젝트 더 라인(The Line) 이미지. 사진=네옴 사이트 캡처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대표격으로 알려진 친환경 수직도시 건설 프로젝트 더 라인(The Line) 이미지. 사진=네옴 사이트 캡처

포인트는 단기에 오른 게 아니라는 점이다. 2005~2008년 플랜트 관련주는 전반적 강세를 이어갔다.

최 연구원은 “당시 일부 종목은 3000%가 넘는 수익률을 구가했다”며 “이후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주가 흐름은 업체별로 차별화됐으며, 중국 지속 성장과 고유가 수혜를 입는 업체의 랠리가 2012년까지 이어졌다. 이후 수익성 저하와 유가 하라그로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우디 모멘텀이 현실화된다면 주가 랠리 양상도 이와 유사할 것으로 본다”며 “수주 소식으로 대장주 중심의 랠리가 먼저 나타나고, 이후 주가가 차별화되는 시점이 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

최 연구원이 보는 차별화 요인은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 및 수익성 확보 여부, 그리고 패러다임 변화와 동행 가능성이다.

지난달 투자포럼에서 계약하거나 MOU 체결 회사들을 보면 ▲삼성물산  ▲대우건설 ▲두산에너빌리티 ▲메센아이피씨 ▲동명엔지니어링 ▲청수산업 ▲롯데정밀화학 ▲DL케미칼 ▲지엘라파 ▲코오롱글로벌 ▲비피도 ▲유바이오로직스 ▲한국전력 ▲시프트업 ▲와이디엔에스 ▲현대로템 ▲비엠티 ▲효성중공업 ▲터보윈 ▲자일자동차 ▲한국벤처투자 등 다양한 업종이다. 패러다임이 확연히 변했다.

네옴시티는 본래 ‘사우디 비전 2030’의 일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하나 일 뿐이다.

사우디비전 2030의 주요 프로젝트를 보면 ▲친환경 담수화 플랜트 ▲태양광 모듈 생산 현지화 ▲역사·문화·생태 관광지 개발 ▲복합 항공 구조물 공장 ▲공공녹지 개발 ▲해안 휴양지 ▲관광지 ▲주거 ▲게놈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네옴시티는 일부일 뿐이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에서 수주와 관련해 언급하는 네옴시티는 사우디 비전 2030의 크고 작은 프로젝트 87개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한-사우디 비전 2030 위원회’와 사우디 비전 2030의 내용을 살펴보면 건설을 제외하고도 태양광, 풍력, 원전 등의 친환경과 스마트 인프라, 방산, 조선 등 현재 시장에서 각광받는 구조적 성장주들이 많이 들어있다”고 말했다.

다만 리스크가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는 MOU의 단계다.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또한 MOU는 계약과 달리 법적 구속력을 배제할 수 있어 이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과거 지정학적 불확실성, 대금 미지급으로 인한 계약 파기 사례가 있다. 2016년에는 카타르가 지하철 역사 건설 프로젝트 계약을 해지했고, 2017년과 2020년에는 사우디 식염수전환공사(SWCC)와 얀부 발전 프로젝트 계약을 해지했으며, 아람코는 자프라 가스 플랜트 공사를 취소했다. 올해는 이라크 비스먀야 신도시 계약이 미수금 문제로 해지됐다.

적어도 5000억달러로 알려진 사업 규모를 뒷받침할 구체적 사업 계획이 없고, 정치적 리스크, 투자위험, 인력난, 원자재난 등 다양한 위험이 산재하다. 아직까지도 구체적 사업 과정과 입찰 일자가 전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최근 우리나라와 사우디아라비아가 MOU를 체결하던 당시에는 예상치 못했던 추가적인 리스크도 불거진 상황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중국과 손을 잡는 모습을 보였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국제공항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영접을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국제공항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영접을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7일(현지시간) 사흘 간의 일정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직접 방문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사우디 국영 SPA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양국의 기업들은 이에 발맞춰 34건의 투자 협정을 체결했다.

자칫 네옴시티가 미국과 중국이 개입하는 지정학적 게임이 되고, 한국이 거기에 끼어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미국 백악관은 이와 관련해 직접적 평가는 아꼈으나,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경계를 표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정례 온라인 브리핑에서 “그들(중국)이 하고자 하는 많은 일과 그 방식은 미국과 우리 동맹 네트워크가 보존하고자 하는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 유지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주 국가는 적절하다고 여기는 양자 관계를 추구할 모든 권리가 있다”며 “중국과 사위가 그들의 순방에 관해 말하도록 둘 것이다. 우리는 각국에 미국과 중국 간의 선택을 요구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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