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초대형 프로젝트 '네옴사업' 참여 가시화
빈 살만 왕세자 방한 중 총 26건 관련 협약 체결
경기 침체 속 중동에서 큰 장 열려, 기업들 '화색'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7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방한 중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났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7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방한 중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났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한에 정부는 물론 재계가 분주히 움직였다.

경기침체 분위기에 중동 오일머니를 손에 쥔 빈 살만 왕세자 대접에 각별한 공을 들인 결과 사우디 현지서 추진될 ‘네옴시티’ 사업에 국내 기업 참여가 이제 막 첫발을 내디뎠다.

정부와 기업에선 ‘제2 중동붐’을 기대한 모양새로 윤석열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에서 빈 실만 왕세자를 맞았다. 재계 안팎에서도 국내 전 산업군 걸쳐 기회가 찾아왔다는 평가로 앞으로 낼 성과에 주목한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사우디 최대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를 용산 대통령실이 아닌 한남동 관저에서 2시간30분가량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오찬 겸 회동을 통해 전략적 동반자로서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나가기로 했다. 특히 빈 살만 왕세자는 윤 대통령과 회담에서 “사우디 비전 2030 실현을 위해 한국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길 희망한다”며 뜻을 전했다.

또한 “에너지, 방위산업, 인프라·건설 등 3개분야에서 한국과 협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양국 정상이 우호를 다지는 동안 국내 기업과 사우디 사이 ‘660조원’ 규모의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인 네옴시티 관련 투자협약이 잇따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사우디 투자부는 지난 1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사우디 투자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사우디 투자부와 기관, 우리나라 공기업을 비롯한 민간기업 사이 26건의 계약이 체결됐다.

(왼쪽 위 시계방향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전날 빈 살만 왕세자와 차담회를 위해 롯데호텔에 모였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왼쪽 위 시계방향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전날 빈 살만 왕세자와 차담회를 위해 롯데호텔에 모였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삼성, SK, 현대자동차 등 재계 총수들은 같은 날 오후 5시쯤 빈 살만 왕세자 숙소인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을 찾아 차담회를 가졌다. 사우디가 진행 중인 네옴시티 사업 수주 등 협력 방안을 논의를 위해서다.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사장 등이 총출동했다.

재계에선 당초 1시간가량 차담회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를 훌쩍 넘겨 오후 8시가 지나서야 끝났다. 빈 살만 왕세자가 총수들에게 네옴시티 관련 사업을 설명하고, 투자를 비롯한 협력 등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내 주요기업과 사우디 정부·기관·기업은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에 머무르는 기간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총 300억달러(약 40조원) 규모 사업에 협력하기로 했다. 사업은 이제 막 시작 단계로 프로젝트 수주 향방에 따라 앞으로 수주금액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재계 관계자는 “총사업비 5000억달러(약 670조원) 규모의 네옴시티사업을 중심으로 에너지, 방산, 차세대 통신 등 각종 협력 방안이 폭넓게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초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국내 기업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빈 살만 왕세자 방한 목적이 건설과 에너지, 미래교통수단, 에너지분야 등에서 앞선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들에 투자와 사업 참여를 이끌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삼성·SK·현대차가 추진하는 사업은 사우디 정부의 석유 중심 경제구조에서 친환경으로 전환하려는 비전과도 맞물린다.

현대차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삼은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전기수소차 등은 네옴시티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할 전망이다. 삼성물산·현대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네옴시티 ‘더 라인’ 터널 공사를 수주하는 등 기업이 갖춘 경쟁력은 입증한 셈이다.

네옴시티는 서울의 44배 넓이(2만6500㎢)에 달하는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 부지에 저탄소 스마트시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글로벌시장 가운데도 광범위한 사업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기업 간 치열한 수주전이 불가피하지만, 빈 살만 왕세자가 국내 재계 총수를 만났다는 것은 이미 해당 사업에 주도권을 일부 가져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대외환경 불안 속 기업들이 체계적인 사업 유치 활동으로 중동시장서 도약할 기회를 붙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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