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석범 기자
사진=최석범 기자

[서울와이어 최석범 기자] 금감원장 말 한 마디에 금융그룹 회장 자리가 바뀐다. 쉬쉬할 뿐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없다. 석연치 않지만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수순이다. 관치(官治)의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

관치 금융이 본격화한 것은 근래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금융그룹회장 인선에 본격 개입하면서다.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생각(11월 10일)" "금융그룹 CEO 선임 공정해야(11월 15)"등 언급한 것이 단초가 됐다. 금융권은 사실상 연임을 포기하라는 시그널로 받아들였다.

금감원장의 말은 현실이 됐다. 농협금융그룹 차기 회장에 윤석열 대통령 측 인사가 낙점됐다. 최초 손병환 농협금융그룹 회장의 연임이 확실시 되는 분위기였다.  손 회장은 경영능력이 입증된 데다 나이도 어렸다. 타 금융그룹 회장과 달리 사법 리스크가 없는 점은 연임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손 회장이 연임 의사를 접었다는 소식이 돌더니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내정자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이후 손 회장이 사의를 밝혔고 이 전 실장이 회장 후보자로 내정됐다.

당국이 BNK금융그룹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외부추천 인사를 받도록 하라고 권고한 것도 관치 논란을 낳았다. BNK금융그룹은 금융당국의 권고를 받아들여 규정을 개정했다.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73),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78)세가 후보군에 오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당국의 인사개입은 금융업의 건전한 발전을 후퇴시킨다. 보은인사로 꼽히는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농협금융그룹 회장으로 낙점된 이 전 실장만 해도 그렇다. 이 전 실장은 금융위원회 이력이 있으나, 대부분 예산 쪽에서 경험을 쌓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전임 정권과 다른 점을 선명히 하기 위해 "캠프에서 일하던 사람을 시킨다, 그런 것은 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임 정권과 다를 게 무엇인지 되돌아봐야한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