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호 기자
정현호 기자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올해 국내 주요그룹 경영 전면엔 오너 3~4세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그들만의 리그를 강화한다는 것 같다는 느낌이 가시질 않는다. 경영 일선에 나선 오너일가들의 그동안의 사업적 측면에서 보였던 성과와 이력 등을 보면 차세대 리더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하지만 오너가 승진이 매년 주목받는 이슈가 돼야 하는지 의문이 따른다. 이들에게 이목이 쏠리는 것은 차기 경영권 승계 유력 주자로 분류된 게 가장 큰 이유다. 미래 재목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점은 환영하지만, 아직도 오너가들이 조명받는 현실엔 아쉬움이 크다.

최근 기업들이 강조하는 내용은 ‘지속가능 경영’ 체제 구축이다. 빠르게 변화는 시대에 맞춰 각 기업에선 세대교체에 속력을 냈다. 재계 총수들도 어려지고 있으며, 차기 승계 주자들도 본인의 분야에서 강점을 드러내며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는 중이다. 

재계 전면에 등장한 이들이 충분한 성과를 낸다면 한 기업의 정점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차기 총수 자리는 꼭 오너가에서 나와야 할까. 줄곧 혁신과 미래 영속가능한 기업을 외치지만, 현실은 구시대 관습에 얽매인 모습이다.

창업주들에겐 본인들의 피와 땀이 섞인 기업은 유산과도 다름없다. 그 결과 금수저와 흙수저처럼 양극화된 사회 분위기가 형성됐다. 과거부터 이러한 모습은 부의 세습, 재벌리그 강화라는 지적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최근 사회 중심층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이른바 ‘초고속 승진’이라는 일반 직원들과 차별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재벌사회가 흐름을 역행하는 전통적 관습을 유지한다면 이들은 언제든지 등을 돌릴 수 있다. 

특히 잠잠해질 때쯤 터지는 재벌 후손들의 부적절한 처신도 젊은 세대에 안 좋은 이미지를 심어줬다. 이를 모든 오너가에 적용하긴 힘들지만, 수백억원대의 주식 증여 등의 부를 대물림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고용 불안 등에 따른 이직이 활성화된 지금 창업주 가문에 충성심을 강조하는 시대는 지났다. 각 기업들이 경영권 승계에 앞서 띄우는 단어가 있다. 바로 ‘책임경영’이다. 진정한 책임경영은 특권의식 개혁부터 시작돼야 한다.

미국 등 선진국은 시대적 요구에 맞춰 창업자가 떠나면 전문 경영인이 기업을 물려받는 체제가 자리 잡았다. 

국내는 아니다. 오너 3세와 4세 등이 이어받는 일이 당연시됐다. 이에 오너가 자손들에게 ‘언젠가 기업을 물려받아 높은 자리에 오르겠지’라는 보편화된 사상을 심어 주기보단, 경쟁에 익숙해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후대가 가업을 물려받는 게 나쁘다고 할 순 없지만, 경영 능력을 입증하지 못한 오너가들은 철저히 가려져야 한다. 이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등이 이뤄져 앞으로 공정한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수 있는 신선한 총수들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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