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최석범 기자] '끓는 물 속의 개구리'라는 표현이 딱이다. 실손보험이 처한 상황을 보며 든 생각이다. 매년 수조원의 적자를 기록해 존립(存立)이 위태롭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간 실손보험은 머지않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게 분명해 보인다.
실손보험 존폐 위기는 수년 전부터 제기됐다. 실손보험 적자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상품 판매를 중단하면서다. 이렇게 판매를 중단한 보험사들은 지난 2015년부터 현재까지 10곳에 달한다.
사달이 난 이유는 명확하다. 비급여 과잉진료를 확실하게 통제하지 못해서다. 도덕적 해이 문제가 자명한 분쟁에 중심을 지키지 못한 금융당국의 애매한 처신도 한 몫했다. 이마에 빨간띠 두르고 팔뚝질을 하면 민원을 받아준다는 잘못된 신호를 준 탓이다.
실손보험 관련 보험금 분쟁 외에도 암 입원 일당, 자살보험금 지급까지 금융당국이 '떼법'을 용인한 사례는 너무도 많다.
보험회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본인부담금이 사실상 없는 1세대 실손보험을 만든 장본인은 보험회사다. 의료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가 만들 모럴 문제를 간과한 것은 분명한 패착이다. 더욱이 보험회사가 과거 보장성보험에 실손보험을 특약형태로 끼워파는 영업을 해 쏠쏠한 재미를 본 점은 불편한 진실이다. 한국 국민의 80% 가량(2020년 기준) 실손보험에 가입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실손보험의 부실화는 누구만의 책임으로 보긴 어렵다. 지금 와서 부실화 책임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중지를 모으는 게 더 시급하다.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도수치료 등 10개 비급여 항목을 점검하겠다고 나선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실손보험 정상화의 해답은 비급여 항목에 관한 통제장치를 공고히하는 방향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보험연구원 세미나에서 언급된 비급여 표준수가 가이드 도입이라든지 비급여 적정성 사후 확인제도는 실손보험 지속성 제고에 효과가 기대된다. 건건이 의료계의 반발이 거센 제안이나, 곱씹어 살펴볼 가치가 크다.
실손보험은 흔히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전국민의 대부분이 가입한 데다 의료비 절감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실손보험은 그동안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버팀목을 해왔다. 실손보험이 제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보험회사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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