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발생 1시간20분 후 수용 가능한 병원 찾아
이송 도중 심정지 발생… 도착 후 사망 판정 받아
응급의료센터·외상센터 객관적 평가 기준 목소리

[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경기 용인에서 차량에 치여 크게 다친 70대 남성이 10분 만에 구조됐으나 2시간여 뒤에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했다. 인근 대형병원 11곳에서 환자 수용이 어렵다고 거부해 의정부시까지 이동하던 중 사망했다.
지난 30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이날 오전 0시28분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좌향리 도로에서 보행자 A씨(74)가 후진하던 차량에 치여 다쳤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구급대는 신고 접수 후 즉시 현장에 출동했다. A씨는 당시 복강 내 출혈이 의심되는 상황으로 구급대는 A씨를 치료할 병원을 수소문했다.
하지만 수원 아주대병원, 용인 세브란스병원, 안산 고대병원, 분당 서울대병원 등 인근 대형병원 11곳으로부터 수용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사고 발생 1시간20분이 지난 후 구급대는 사고 지점으로부터 100㎞가량 떨어진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아 이송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송 중 A씨 상태는 악화됐고 심정지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2시간 뒤 병원에 도착했으나 A씨는 사망판정을 받았다.
소방 관계자는 “대형병원에서의 수술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인근 병원의 중환자 병상이 모두 꽉 찬 상태였다”며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헬기 이송도 어려웠다”고 했다. 병상을 찾다가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이번 일은 지난 3월 발생한 대구 여고생 사망사건과 유사하다. 4층 높이 건물에서 떨어진 17세 여고생이 심각한 외상을 입어, 2시간 넘게 응급실을 찾아다니다 구급차 안에서 심정지가 발생해 숨지는 일이 있었다.
구급대가 연락을 취한 병원들은 병상이 없다는 등 이유로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을 권유했다. 보건당국은 병원 4곳이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수용을 거부했다며 과징금 등 행정처분을 내렸다. 일부 병원은 가용 병상이 있었으나 수용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관계자는 “응급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구급차에서 상태가 악화되는 일이 자주 있다”며 “응급의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적정한 인력과 관련 인프라 확보, 응급의료센터와 외상센터에 대한 객관적 평가 기준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