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창립 1주년 기념식서 "2020년 매출 1조달성" 선언
2020년 당시 매출 1조원에 크게 못 미치는 5984억원 기록
올해도 MSD 백신 매출감소 등 악재로 목표달성 어려울듯

곽달원 HK이노엔 사장. 사진=HK이노엔 홈페이지
곽달원 HK이노엔 사장. 사진=HK이노엔 홈페이지

[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월드클래스 신약을 출시해 2020년까지 매출 1조원의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나겠다.” 곽달원 HK이노엔 사장이 HK이노엔 전신인 CJ헬스케어를 이끌 2015년 창립 1주년 기념식에서 밝힌 포부다. 

당시 곽 사장은 월드클래스 신약 ‘케이캡’을 앞세웠다. 하지만 매출 1조원 달성은 이루지 못했다. 올해도 목표 달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케이캡의 성장세가 궤도에 올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서 컨디션 등 제품 매출 증가가 예상되나, MSD 백신 매출액 감소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컨디션 해외매출 늘었으나 1조원 역부족

곽 사장은 HK이노엔의 탄생과 성장을 이끈 주역이다. 1986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한 그는 제약부문 영업부장, 영업지원팀장 등을 거친 후 2014년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CJ헬스케어 각자대표를 맡았다. 취임 1년이 지난 후 그는 “2020년에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며 매출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2020년 매출은 1조원에 크게 못 미쳤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K이노엔의 2020년 매출은 연결기준 5984억원이다. 곽 사장은 자사 대표 브랜드인 컨디션을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시장에 내놓으며 해외매출 확대에 힘을 쏟았으나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에 그쳤다.

그는 2018년 7월 국내허가를 받은 국산 30호 신약 케이캡에 기대를 걸었다. 2019년 본격 처방이 이뤄진 케이캡은 출시 첫해 34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기대감을 키웠다. 이듬해인 2020년에는 케이캡 매출이 811억원으로 치솟았다. 

당시 업계에선 케이캡의 성장세를 높이 평가하며 매출 1조원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코로나19 사태라는 암초를 만났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술자리가 줄면서 컨디션을 비롯한 헬스·뷰티·음료(HB&B) 제품 판매가 급감했다. 컨디션 수출도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2021년 HK이노엔 전체 매출은 7697억원을 기록했다.

◆MSD 백신 일부 품목 계약 종료 앞둬

곽 사장은 매출 1조원 돌파를 위해 케이캡 해외매출 확대를 선택했다. 아시아시장부터 두드렸고 필리핀, 몽골,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지난해부터 케이캡 해외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케이캡 매출은 해외판매에 힘입어 905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전체 매출 역시 8465억원으로 1조원 돌파는 실패했다.

올해도 곽 사장의 1조클럽 입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MSD 백신 매출 감소가 예상돼서다. 

HK이노엔은 한국MSD와 백신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2021년부터 공동 영업·마케팅을 맡고 있다. HK이노엔이 MSD 백신 공동판매로 거둔 매출은 연간 1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관련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 품목의 계약 종료를 앞뒀고, 경쟁 제품의 국내판매가 본격화된 탓이다.

정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MSD백신 일부 품목의 계약 종료와 2세대 대상포진 백신 국내 출시로 인한 MSD 백신 매출 감소가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매출을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매출 증가율이 소폭 감소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매출 1조원 돌파를 위해선 백신 판매 감소를 메울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곽 사장이 1조 클럽 가입을 위해 어떤 카드를 내 놓을지 관심이 모인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