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 기자.
이재형 기자.

[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증가세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일평균 확진자 수는 4만9897명으로 5만명에 육박한다. 

여름 독감까지 더해지면서 감기약을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

감기약 수요 증가가 예견됐으나, 약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시민들이 약국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 다시 의약품 공급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 우려된다.

의약품 공급부족은 예상치 못한 수요급증만 탓할 수 없다. 원료의약품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가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원료의약품은 의약품에 주성분으로 들어가는 원료를 말한다. 감기약에 쓰이는 아세트아미노펜 등이 해당된다.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높여야 반복되는 의약품 품귀를 막을 수 있다.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국내 기업이 생산한 원료의약품으로 완제의약품을 만든 비중이다. 우리나라의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10% 초반대다. 의약품을 만들기 위한 원료 90%를 수입한다는 얘기다. 

2021년 기준 수입 원료의약품의 절반 가까이를 중국과 인도에서 들여왔다. 글로벌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하면 국내 의약품 공급은 직격탄을 맞는다. 코로나19 사태 당시에는 자국 우선주의가 강하게 작용하면서 일부 국가에선 원료의약품 수출을 제한했다.

국내 제약사의 기술력을 감안하면 필수의약품인 감기약에 쓰이는 아세트아미노펜 등 원료의약품 제조는 어렵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원료의약품 자국화를 위한 약품 가격 정책 관련 논의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

그간 정부는 의약품 원료 국산화를 위한 기술개발 지원 등에 나섰으나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문제를 겪는 미국은 최근 필수의약품 목록을 만들고 해당 의약품 자국 내 생산 촉진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 등 정책을 내놓았다.

항생제, 해열제 등 필수의약품에 쓰이는 원료의약품부터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현실적 약가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 이제는 ‘약국 뺑뺑이’라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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