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전 발표 후 수출액 제자리… 올해 전망도 어두워
연구개발비 투입 비중 4%대… 업계 평균 절반도 못미쳐
7년동안 불법 리베이트 제공…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철퇴

안국약품 본사 전경. 사진=안국약품

[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을 목표한 안국약품이 내우외환에 빠졌다. 앞서 밝힌 ‘2030 뉴비전’ 달성까지 난항이 예상돼서다. 2030 뉴비전 키워드인 수출 확대는 3년간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했으며, 신약개발 역시 매출액 대비 비중이 4%대로 내려 앉았다. 특히 이달 초에는 불법 리베이트 제공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철퇴를 맞고 기업 이미지마저 실추됐다.

중국업체와 260억원대 공급계약 해지…수출액 확대 ‘비상’

지난 2020년 7월 안국약품은 서울 본사에서 ‘2030 뉴비전 선포식’을 열고 수출확대와 차별화된 개량신약 발매를 중점 추진과제로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비전 발표 후 안국약품은 당초 밝힌 계획과 거리가 먼 행보를 보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안국약품의 수출액은 감소세를 나타냈다. 연도별 수출액은 ▲2020년 67억원 ▲2021년 55억원 ▲2022년 64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 수출액은 36억원이다.

지난달 말에는 중국업체와 맺은 진해거담제 공급계약 해지를 공시했다. 이 계약의 규모는 260억원으로, 계약기간은 해당 의약품 수입 승인일로부터 10년이다. 안국약품은 수입승인이 되지 않아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올해도 큰 폭의 수출 확대가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의약품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구개발비 투입 비중 2020년 이후 ‘지속 하락’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서울와이어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서울와이어

안국약품의 또 다른 중점과제인 신약개발은 비전 발표 후 연구개발비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오히려 줄었다. 2020년 12.80%였던 비율은 2021년 11.42%로 소폭 하락한 후, 지난해에는 2020년 대비 절반 수준인 6.76%로 떨어졌다. 또 올해 상반기에는 4.74%까지 내려앉았다.

통상 제약업계에서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을 기업의 신약개발 의지를 가늠하는 척도로 본다. 상장제약사의 경우 이 비율은 약 10%로, 안국약품은 올해 상반기 평균치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안국약품이 2020년 이후 연구에 착수한 개량신약은 같은 해 개발을 시작한 호흡기계 치료제 ‘AG-2001’과 올해 개발에 착수한 ‘AG-2203’ 두 가지다.

개량신약은 기존 의약품의 유효성 등을 개량한 것으로 완전한 신약보다 개발 성공 가능성이 높다. 통상 3~5년이면 개발이 가능하다고 알려졌다. ‘AG-2001’의 경우 현재 전임상 단계로, 통상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보다 오래 걸릴 전망이다.

◆불법 리베이트 제공 위해 수십억 영업사원 성과급 명목으로 마련

안국약품은 해외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신약개발 의지마저 당초 포부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이달 초 공정위로부터 불법 리베이트 제공 사유로 과징금 5억원을 부과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안국약품은 지난 2011년 11월부터 2018년 8월까지 병의원 및 보건소 의료인 등에게 현금 62억원과 27억원 상당의 물품을 리베이트로 지급했다. 이를 위해 수십억원의 현금을 영업사원 성과급 명목으로 마련했다.

이외에도 자사 의약품 처방을 위해 201개 병의원과 약국에 무선 청소기, 노트북 등 전자기기와 숙박비를 부당하게 지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신의 의약품 처방을 유도하기 위한 부당한 리베이트 지급행위는 제약사들의 사업활동이 신약개발 등 혁신보다 부당한 수단에 치중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평판이 좋은 기업들이 재무성과도 더 좋다”며 “기업평판이 재무성과이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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