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생산 확대·밀착 협력 통한 지속 성장 도모
NATO 국방비 5% 확대, 군사비 1100조원 전망
EU, 2035년 역내 무기 구매 비중 65%까지 확대

[서울와이어 최찬우 기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회원국들의 국방비 증액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K-방산이 유럽시장에서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유럽 군사비 대폭 확대 전망
1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나토는 이달 말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릴 정상회의를 앞두고 회원국의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까지 확대하는 안에 잠정 합의했다. 기존 2% 기준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요구해온 GDP 대비 5% 국방비 목표를 반영한 조치로 해석된다.
잠정 합의된 투자안에 따라 회원국들은 3.5%를 전통 국방 예산에, 나머지 1.5%는 국방 인프라 및 회복력 강화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로써 유럽의 전체 군사비 규모는 현재 약 630조원에서 최대 1100조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회의가 끝난 뒤 "야심찬 군사 역량 목표에 합의했다"며 "이 목표는 방공, 전투기, 전차, 드론, 병력 등 어떤 분야에 투자가 필요한지를 명확히 제시한다"고 말했다.
◆국내 방산업계, 기회와 과제
국내 방산업계는 나토의 국방비 증액이 유럽시장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경쟁국 역시 현지 생산기지 구축에 나서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독일 방산업체 라인메탈은 폭스바겐이 철수할 예정인 공장 일부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K-방산은 빠른 납기와 양산 역량을 앞세워 동유럽을 중심으로 다시 한 번 수출 기회를 맞았지만 장기적으로 유럽 내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럽연합(EU)은 지난 3월 발표한 재무장 전략에서 2035년까지 역내 무기 구매 비중을 65%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자국 생산'을 늘려 한국 등 외부 공급자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지화와 협력, K-방산 지속 성장의 열쇠
국내 업체들은 현 상황에 대비해 유럽 현지 생산 거점 확대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미 유럽 공장 부지를 확정했고 현대로템도 K2전차 2차 수출을 추진하며 현지 생산 논의를 본격화했다. LIG넥스원은 루마니아 국영기업 롬암과 대공 미사일 공동 개발·생산을 진행 중이다.
K-방산은 폴란드를 시작으로 체코, 루마니아 등 동유럽 전역에서 수출 성과를 기록해왔다. 이번 나토의 국방비 증액 합의가 실현될 경우 K-방산의 수출 증가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장기적인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현지와의 밀착형 파트너십 구축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나토의 국방비 증액은 K-방산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유럽 현지와의 긴밀한 협력과 현지 생산 기반 마련 없이는 지속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경쟁이 치열한 만큼 신속한 대응과 현지화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