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오너 일가 두터운 신임, 최연소 사장 타이틀
현대글로비스서 해상물류 경험 쌓아… 전문성 확보
올해 HMM 사장 선임, 투자 통한 성장 가속화 추진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현대차맨’에서 올해 3월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 수장에 오른 김경배 사장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공식석상에서 미래성장을 위한 비전 발표와 15조원의 투자계획을 내놨다. 세계 8위 선사로 성장한 회사의 ‘톱티어’ 도약을 선언했다.
◆‘왕의 남자·최연소 사장·물류 전문가’ 수식어
김 사장은 1960년생으로 연세대학교 경영학을 전공한 엘리트로 오랫동안 현대자동차그룹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그는 1990년 현대모비스(옛 현대정공)에 입사한 후 10년간 고 정주영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수행 비서로 일했다.
이후 2년 동안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비서실장으로 지내는 등 김 사장에게는 일명 ‘왕의 남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그만큼 현대차그룹 오너 일가에 두터운 신임을 받은 덕분이다. 또한 그는 현대차그룹 내 최연소 대표 타이틀도 보유했다.
실제 김 사장은 2009년 45세의 나이로 현대글로비스 대표에 선임됐다. 현대차그룹 역사상 최초로 그는 2017년 말까지 현대글로비스 수장을 맡아 약 10년 동안 경영을 이끌면서 사업 확대 기반을 마련하는데 기여했다.
현대글로비스는 그룹 내 운송과 종합물류를 전담하는 계열사다. 실제 김 사장이 경영을 이끄는 기간 회사는 자동차 해상물류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했다. 특히 글로벌시장에서 순위가 상위권에 오르는 등 존재감을 키웠다.
이는 김 사장이 물류 전문가로서 역량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다. 현대차그룹은 이후 그를 2018년 현대위아 대표이사 사장으로 이동시켰다. 그는 2020년 말까지 현대위아에서 일한 뒤 퇴임했다.
현대글로비스 미국법인 최고재무책임자, 현대모비스 기획실장, 현대차그룹 비서실장·글로벌전략실장, 현대글로비스 사장, 현대위아 사장 등을 역임하면서 정통 현대차맨으로 평가받던 그는 올해 HMM의 눈에 들었다.
◆대규모 투자로 글로벌 '톱티어' 선사 도약 나서
HMM 채권단은 올 3월 경영진추천위원회(경추위)를 열고 김 사장을 새로운 선장에 앉히기로 했다. 당시 HMM은 “현대글로비스에서 9년간 최고경영자(CEO)를 성공적으로 역임하는 등 글로벌경영 역량, 조직 관리 능력, 전문성 등을 겸비했다”고 그의 역할을 기대했다.
김 사장은 이후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공식 선임됐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더 큰 성장을 이뤄내야 하는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낀다”며 “회사의 무대는 글로벌시장이다. 지금 시기가 매우 중요한 만큼 톱클래스 선사로서 새로운 위상과 최고의 서비스와 경쟁력 갖추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00여일 지난 후 김 사장은 지난 14일 첫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톱티어 도약을 위한 중장기 전략 발표를 위해서다. 그는 해운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환경 규제 대응과 디지털 전환 등의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비록 HMM을 맡은 기간은 짧지만 미래구상을 착실히 준비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HMM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7조원을 넘기는 등 상승세다. 올 1분기도 해상운임 강세에 힘입어 사상 최대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매출 4조9187억원, 영업이익 3조1486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이 3조원을 넘어선 것은 창사 이래 최초다. 당장 김 사장에게는 이 같은 호실적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가 맡겨졌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후 강세를 보이던 해상운임 역시 최근 하락세로 이와 관련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 이에 김 사장은 선박·터미널·물류시설 등 핵심자산을 중심으로 15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 수익성 창출을 시도한다는 구상이다.
2026년까지 선복량을 120만TEU 규모로 늘리고, 물류 인프라를 확보해 수익기반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추가 노선 확충 등 서비스영역을 확장, 컨테이너와 벌크사업 간 균형성장을 추진할 방침이다.
김 사장은 중장기 전략 발표와 함께 “글로벌 해운물류 기업으로서 미래 생존과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것”이라며 “차세대 연료 확보와 빠른 디지털화 추진 등 성장과 발전을 위해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그가 현대차그룹에서 주요 계열사를 거치며 쌓았던 수많은 경험이 HMM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김 사장도 경험을 바탕으로 영업 체질 개선과 지속 가능한 경영체계 수립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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