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중단 100일 넘어 합의, 조합 정상위 구성 완료
올 11월 공사 재개 확률↑, 내년 1월 분양공고 목표
시공사업단 "공사중단 귀책사유 100% 조합에 있다"
조합원 개인당 손실액 1억원 웃돌 전망, '위기 직면'

잠실 롯데타워에서 바라본 둔촌주공 재건축현장
둔촌주공 재건축사업과 관련된 모두가 협의에 이르면서 공사재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올해 부동산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이 공사재개 단계에 돌입했다.

이르면 오는 10월 멈췄던 공사현장이 다시 재가동될 전망이다. 다만 지금까지 공사중단으로 발생한 손실액만 1조원에 달하면서 조합원들은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공사재개 '청신호', 내년 1월 분양 모집 공고 목표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재건축조합과 둔촌주공사업정상화위원회(정상위),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리츠인홀딩스(PM) 등은 ‘둔촌주공 사업정상화’를 위한 합의안에 서명했다.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된지 100일이 넘어서야 합의에 이른 것이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역대 최대 규모의 정비사업이다. 강동구 둔촌1동 170-1번지 일대에 지상 최고 35층 85개동 1만2032가구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한다. 조합과 시공사업단은 이전 조합이 체결한 공사비 증액분을 두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고 올 4월부터 공사현장의 모든 인력과 장비를 철수하는 등 사업이 중단됐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의 중재로 공사재개 확률이 높아졌다.

조합 집행부 전원은 지난달 28일 사퇴서를 강동구청에 제출했다. 조합은 내달 만기인 7000억 원 사업비 대출연장 문제 등으로 정상위 측 해임 압박을 받았다. 둔촌주공 조합 관계자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조속한 공사 재개와 사업 정상화 등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조합은 지난 1일 회의를 열고 조합 정상위 구성을 완료했다. 정상위는 조합의 정명선 총무이사, 김경중 기술이사와 정상위의 박승환, 박완철, 황도연 조합원 등 5명으로 구성됐다. 정상위는 바로 실무 작업에 착수해 시공사업단과의 합의를 마무리하고 새 조합 구성을 위한 총회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다.

시공사업단은 공사 재개를 위해선 조합이 제기한 공사계약 무효 소송을 취하하고 앞서 총회에서 통과한 공사비 증액 취소 안건도 재취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조합은 이르면 10월, 늦어도 11월에는 공사를 재개하고 12월 관리처분 총회를 거쳐 내년 1월 중에는 분양 모집 공고를 신청한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정상위 관계자는 “조합이 결의했던 내용을 새 총회를 통해 다시 결의하는 방식으로문제를 풀어가려고 한다”며 “지난해 7월 총회에서 총회 정관을 잘못 변경한 점을 원상 회복시키는 것을 전제로 유치권을 풀기로 했다”고 말했다.

공사 재개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한편 조합원은 지금까지 발생한 피해를 모두 감당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사진=이태구 기자
공사 재개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한편 조합원은 지금까지 발생한 피해를 모두 감당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사진=이태구 기자

◆예견된 일… 조합원 개인당 1억원 이상 추가 부담

이처럼 공사재개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조합은 아직 마음을 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번 공사중단으로 발생한 손실액 대부분을 조합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공사업단에 따르면 올 11월 공사재개를 전제로 지금까지 발생한 손실액을 계산한 결과 지출비용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출 항목별로 ▲기지출된 공사비 1조7000억원의 금융(이자) 비용 ▲타워크레인 등 유휴장비 임대료 ▲현장 유지를 위한 관리비 ▲물가 상승분 등이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조속한 공사 재개로 비용을 최소화하는 게 최선”이라며 “1조원 이상의 공사 중단 추가 비용은 귀책사유가 조합에 있다. 온전히 조합이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 입장에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셈이다. 기존 공사비 2조6700억원에 5600억원이 증액돼 3조2300억원으로 늘어났고 이번 공사 중단 비용 1조원을 추가하면 총 공사비는 4조2000억원을 넘어서게 된다. 아울러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이기 때문에 1조원 이상의 추가 공사비 중 일반분양에서 보전 가능한 금액은 물가상승에 따른 기본형 건축비 인상액 등으로 제한된다.

시공사업단의 주장에 따르면 결국 6000명으로 구성된 조합이 추가 금액을 전부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 개인당 손실액은 1억원을 웃돌 전망이다. 이미 공사가 중단된 시점부터 예상된 일이다. 업계에서는 시공사업단의 피해도 막대하지만 조합의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판단했다.

만약 시공단이 늘어나는 공사비 일부를 부담하겠다고 나서면 추가분담금 액수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공사중단 귀책 사유가 100% 조합에 있다는 사업단의 입장을 고려하면 지금 상황에서 큰 기대는 하기 어렵다. 조합에게는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온 셈이다.

공사 중단 비용에 관한 합의가 없으면 조합원들은 입주권을 잃고 현금청산을 당할 수 있다. 시공사업단은 오는 23일 연대보증인으로 조합 7000억원 사업비 대출을 대신 갚는다. 합의 불능으로 시공사업단이 조합에 7000억원에 대한 구상권 청구를 할 경우 변제 능력이 없는 조합은 사업부지 경매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정상화위원회 관계자는 “정식 협상을 앞둔 상태로 추가 공사비는 부동산원의 검증을 받은 뒤 그보다 조금 낮게 시공단에 요청해서 협의할 계획”이라며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최대한 해결하는 것이 목표다. 공사재개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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