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 경제, 사회, 문화생활과 안보의 핵심 인프라인 카카오의 서비스 먹통 대란이 일파만파의 파문을 빚고 있다. 카카오로서는 창립이래 최대의 시스템 위기 논란에 휩싸였다. 경영진의 무능도 도마위에 올랐다.
카카오톡은 누적 가입자수 1억명, 월간 사용자 수 4500만명이 넘고, 국내 메신저 시장에서 점유율은 90%에 육박한다. 초연결 사회에서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국가적, 국민적 재앙이 된다.
이번 사태는 일차적으로 SK C&C의 판교데이터센터에서 지난 16일 오후 화재가 나면서 발생했지만 관심의 초점은 이런 화재 한 건 때문에 카카오서비스 전반이 동시다발적으로 어처구니 없이 먹통이 됐다는 점에 쏠리고 있다.
서비스 장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다 돈벌이 될만한 사업엔 문어발처럼 촉수를 뻗치고, 경영진이 주식 먹튀로 논란이 된 것과 겹쳐 카카오는 전방위에서 샌드백처럼 두들겨맞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확한 원인파악과 함께 데이터센터의 이원화 등을 포함한 사고 예방과 사후조치, 제도마련 등을 강도 높게 주문했고,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국회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카카오 오너인 김범수 의장을 국감 증언대에 세워야 한다고 나섰다.
일개 포털 회사의 서비스 장애를 놓고 정부와 정치권이 왜 이렇게 호들갑이냐고 할수도 있겠으나 국가의 디지털 생활인프라를 네이버와 함께 양분하는 카카오인데다 국민 메신저를 거의 독점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과하다고 할 수 없다.
같은 화재 피해 속에서 네이버는 일부서비스가 다운됐다가 곧바로 복구됐으나 카카오는 전체서비스가 먹통이 됐고 2시간이면 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봤으나 하루가 지나도록 정상화가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카카오의 문제는 남궁훈·홍은택 각자대표가 사고 발생 6시간만에 공동으로 내놓은 사과문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두 대표는 "카카오는 모든 데이터를 국내 여러 데이터센터에 분산 백업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데이터센터 한 곳의 문제를 감당하지 못해 서비스 복구가 지연되고 있는가.
또 두 대표는 "이번과 같이 데이터센터 한 곳 전체가 영향을 받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으로 해당조치를 적용하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했는데 이게 말이 되나. 화재 등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데이터 이중화나 분산처리는 이때문에 필요한 것인데 이를 '이례적인 상황' 탓으로 돌린다는 건 심각한 직무유기가 아닐까.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카카오 서비스 장애는 천재가 아니라 인재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비상상황에 대비한 철저한 실시간 백업시스템과 사고대처 시나리오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거나 작동하지 않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정부의 관리감독 부실도 이번 사태를 통해 확실하게 규명되고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대형 포털사들은 이미 일개 서비스업체를 넘어 국가 경제와 안보, 국민 생활에 절대적이어서 문제가 생기면 국가적 혼란이 발생할수도 있는데 그에 걸맞는 관리체계가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종호 장관은 "그동안 부가통신서비스가 기간통신서비스에 비해 법률상으로 중요도가 낮다고 생각돼 왔지만 이번에 보았듯 부가통신서비스의 안정성이 무너지면 우리의 경제·사회 활동이 마비될 우려가 있다"고 했는데 정확한 지적이다. 법적 제도적 허점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철저하게 바로잡길 바란다.
김종현 본사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