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를 방문해 의원들로부터 환을 받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연합뉴스)
미 의회를 방문해 의원들로부터 환을 받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연합뉴스)

[서울와이어 김종현 기자] 배우 출신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세계인의 눈길을 강렬하게 사로잡았다.

점퍼 차림의 젤렌스키는 간결한 화법과 진정어린 언행, 화려한 표정연기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미 의회 지도자들을 들었다놨다 하며 원했던 경제적, 군사적 지원을 끌어냈다.

미 CNN방송은 22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PR 전쟁에서 승리를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극비에 부쳐진 젤렌스키의 전격 미국 방문은 세계 언론의 취재경쟁을 유발했다. 전쟁터인 우크라이나 최전선 바흐무트에서 병사들에 둘러싸여 있던 젤렌스키는 하루만에 워싱턴에서 모습을 보였다.

젤렌스키는 수많은 유럽 정상을 직접 또는 화상으로 만나고, 각종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전선을 순회하고, 심지어는 음악 축제에도 얼굴을 내밀면서 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하지만 과거  선전.선동의 대가였던 푸틴 대통령은 엄격한 통제를  받는 관제언론을 통해서 소통을 하고 있다. 근엄하게 앉아 보고받는 사진은 있으나 생명력 있는 육성이나 동영상은 없다. 

젤렌스키가 원기왕성한 생명력 넘치는 다이내믹한 배우라면 푸틴은 스스로의 권위에 갇힌 박제된 지도자라는 인상이 강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21일(현지시간) 미 의회  연설은 감동적이었다. 몸을 낮추면서도 굴강하게, 도움을 청하면서도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모든 역경과 암울한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는 무너지지 않았다. 우리는 러시아를 물리쳤다"고 했다.

또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인과 러시아가 정복하려는 국가들의 생명, 자유, 안보 뿐만 아니라 우리의  자녀와 후손이 대대손손 살아갈 세계를 규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 전쟁은 "동결되거나 연기되거나 무시되어선 안 된다"고 했다.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의 비극과  참혹함을 절절하게 전달했다. "어제 나는 최전선 바흐무트에 있었다. 바흐무트는 지난해 7만명의 주민이 살고 있었지만 지금은 단 몇명만이 남아있다...땅은 속속들이 피에 절었고, 매시간 총소리의 굉음이 울리고 있다"면서 "돈바스에 있는 참호는 격렬한 전투속에서 매일 수차례 손바뀜이 일어나고,백병전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또 "미국이 지원하는 돈은 자선이 아니다"면서 "그 것은 우리가 책임져야할 세계 안보와 민주주의에 대한 투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상하 양원의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의사당에 입장하자 일제히 기립해 2분간이나 환호하며 손뼉으로 환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워싱턴 방문 전날 방문한 바흐무트 전선에서 병사들이 사인한 우크라이나 국기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선물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1주일이면 끝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 전쟁을 10개월째 끌고가면서 세계 초강대국 러시아를 그로기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강력한 리더십과 외교력으로 우크라이나 국민을 통합시키고 서방 세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끌어내면서 전쟁의 최고 영웅으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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