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지주 이례적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 계획 발표
우리은행도 4월 만기 5000억 물량 콜옵션 행사키로
CS 코코본드 전액 상각 쇼크에 불안심리 선제 차단

[서울와이어 서영백 기자]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CS) 등 해외 은행들의 파산으로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은행권이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방침을 앞다퉈 밝히고 있다.
은행권이 이례적으로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 방침을 선제적으로 공개하는 건 글로벌 금융 불안이 국내 금융시스템과 자본 시장에 미칠 악영향을 미리 차단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다음달 25일부터 시작되는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했다. 해당 신종자본증권은 우리은행이 2013년 4월 발행한 물량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지만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은 콜옵션 행사 시점에 맞춰 정상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우리은행은 7월 4000억원, 11월 2000억원 등 6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일이 연내 돌아온다.
앞서 신한금융은 4월 콜옵션 만기인 1350억원 규모의 원화신종자본증권의 콜을 행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만기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 계획을 미리 발표한 것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CS의 신종자본증권 상각 이후 도이체방크의 CDS 프리미엄(부도위험 지표)이 급등하는 등 글로벌 은행 시스템에 대한 우려 확산에 따른 선제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KB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도 콜옵션 만기가 돌아오는 신종자본증권의 조기 상환을 예정대로 행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최근 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했다. 하반기에도 하나은행이 10월 1800억원, 하나금융지주는 11월 2960억원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할 예정이다.
국내 은행권의 경우 최근 보유 중인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 방침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은행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국내로 확산하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차원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과 자본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어 '하이브리드채권'이라고도 불린다. 만기가 30년 이상 장기거나 혹은 영구채 형태로 발행되고 조기상환권(콜옵션)도 발행사에게 있기 때문에 회계처리시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야 하는 금융지주와 은행, 보험사들이 증자 대신 선택하는 방법이다.
최근 CS사태에서 신종자본증권의 위험성을 알 수 있듯이 스위스 금융당국은 이번 CS 매각 과정에서 170억달러(22조원)규모의 조건부자본증권 전액 상각을 결정해 금융 불안이 전세계로 확산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금융지주와 은행의 조건부자본증권 발행 잔액은 31조4000억원이다. 국내 은행은 고위험 상품 중개와 IB투자를 하는 CS와 달리 안정적인 예대 마진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만큼 이같은 유동성 위기나 뱅크런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신용평가는 "국내 신종자본증권 상각은 발행회사의 부실금융기관 지정 시 가능하고, 부실금융기관 지정 전에 경영개선권고 또는 경영개선요구를 단계적으로 시행하므로 상각 예정 사유가 갑자기 발생할 확률은 낮다"고 했다.
NH투자증권 역시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어려워도 국내 은행계 금융지주의 기본자본(Tier1) 비율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8개 은행계 금융지주의 지난해 말 기본자본 비율은 5대 금융지주가 13.6∼14.9%, 지방 3사가 12.6∼12.8%로 당국이 요구하는 수준을 여유 있게 충족하고 있다"면서 "올해와 내년에 차환 없이 조기상환을 한다고 가정하더라도 8개 사 모두 기본자본 비율이 요구 수준을 웃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