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전국 82개 공구서 채용강요 등 270건 불법행위 적발
정부 '노조와의 전쟁' 선포… "무법 왕국을 만들려는 지경"
노조 반발 갈수록 심화, 원희룡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
입장 차이 좁혀지지 않아… 건설노조 간부 사망해 갈등↑

건설현장에서 노조 횡포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정부가 불법행위를 뿌리뽑기 위한 전쟁을 선포했다. 사진=픽사베이
건설현장에서 노조 횡포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정부가 불법행위를 뿌리뽑기 위한 전쟁을 선포했다. 사진=픽사베이

최근 부동산시장에 크고 작은 전쟁이 벌어지면서 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건설업계뿐만 아니라 전세사기 등 국민을 괴롭히고 시장 혼란을 야기하는 요소가 더해지면서 불안감이 증폭됐다. 반면 시장촉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의의 경쟁도 펼쳐진다. 각 부문별로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슈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정부가 과거부터 꾸준히 묵살됐던 건설현장의 불법행위를 없애기 위해 ‘노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채용강요부터 폭행, 타워크레인 월례비 등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는 파렴치한 행위는 많은 이를 괴롭혔다. 노조들의 반발이 심한 가운데 정부가 어디까지 파고들고 어떤 처벌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노조횡포 뿌리 뽑는다… 엄중처벌 예고

24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올 1월 전국 82개 공구에서 270건의 불법행위가 발생했다. 이한준 LH 사장은 전수조사 결과를 원희룡 국토부 장관에게 보고했고 원 장관은 공공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에 대한 전수조사와 민·형사 조치를 지시했다.

LH는 전국 387개 공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했고 과정에서 불법행위 14개 유형별 피해를 확인했다. 총 270건의 불법행위 중 ▲채용강요 51건 ▲타워크레인 월례비 지급강요 48건 ▲태업 31건 ▲전임비 지급강요 31건 등을 확인했다. 현장 출입방해나 장비사용 강요도 빈번했다.

한 건설현장에서는 철근콘크리트 하도급사가 건설노조의 채용강요, 타워크레인 월례비 요구, 근로시간 단축 요구 등 불법행위에 대한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워 공사를 포기하기도 해 2개월간 공사가 중단됐다. 하지만 노조원의 고용승계, 공사 중단 기간의 휴업수당 지급이 지속 요구됐다.

경찰은 결국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뿌리뽑기 위해 노조에게 선공을 예고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올 1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건설노조를 상대로 압수수색하고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아파트 신축 등 공사현장에서 소속 조합원 채용을 강요했다는 첩보와 거부시 금품을 요구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정황을 포착했다.

노조전임비·복지비·발전기금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하는 경우도 적발됐고 폭력행위처벌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도 확인됐다. 지난해 12월부터 건설현장 불법 행위 특별단속에 착수한 경찰은 다음 달까지 특별단속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불법행위 단속을 위해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을 도입할 계획이다. 원청업체들이 어떤 부분에서 협력해야 하는지 현장·감리소장에게 어떤 책임을 부여해야 하는지 등 튼튼한 현장 작동체계를 조성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아울러 타워크레인 ‘월례비’도 근절할 예정이다. 정부는 채용강요와 협박 등으로 노조 전임비를 받거나 월례비를 수취하는 경우 형법상 강요‧협박‧공갈죄를 적용해 즉시 처벌할 방침이다. 기계 장비로 공사 현장을 검거하는 경우엔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적용한다.

월례비 강요 등 부당금품을 수수한 경우에는 ‘국가기술자격법’ 성실·품위유지 의무 규정을 적용해 건설기계 조종사의 면허를 최대 1년간 정지시킨다. 정부는 ‘건설기계관리법’을 개정해 사업자 등록·면허 취소 처분을 받도록 입법을 통한 보완 조치도 추진하고 불법행위 최초 신고자에게는 신고포상금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토부와 관계부처, 그리고 경찰 합동팀을 만들어 전국에서 벌어지는 불법행위를 뿌리 뽑겠다”며 “우리가 정당하게 보호하려는 노동조합 형태를 넘어서 건설현장 가입을 강요하고 무법 왕국을 만들려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법으로 뜯어내 이익을 보거나 착복한 부분에 대해서는 몇 배의 부당이득 환수와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며 “노조 간부들이 월례비나 공사 현장 금품 갈취를 통해 받은 돈을 어디 쓰고 있는지 투명하게 회계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심한 압박을 가하자 노조는 엄청난 반발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정부가 심한 압박을 가하자 노조는 엄청난 반발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노조 반발 극심, "탄압·때리기 그만해야"

정부가 강경한 대응과 입장을 보여준 반면 노조의 반발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분위기다. 정부와 갈등이 심화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올 2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고소하기로 결정했다.

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 장관이 조합비와 월례비 등이 주택 분양가 상승의 원인이라는 확인되지도 않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노조에 대한 적의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가짜뉴스로 노조 혐오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모욕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노조는 원 장관이 노조를 ‘경제에 기생하는 독’, ‘조폭’ 등으로 공개 비판한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장관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헌법이 보장하는 노조와 노조의 활동을 모욕하고 의도적으로 부정적 이미지를 주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노조 측은 “수십년에 걸친 노조 활동과 그 순기능을 외면한 채 편파적인 발언을 일삼는 원 장관으로 인해 자부심을 품고 살아온 건설노동자들은 모욕과 분노를 느낀다”며 “공인인 국토부 장관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다. 7만5000명에 달하는 조합원에게 모욕감을 줘 원 장관을 고소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원 장관은 ‘건설 현장 불법행위 근절 간담회’에서 계약·입찰 과정에서 노조의 부당한 요구를 차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건설노조를 향해 “이름만 노조이고 약탈 조폭 집단으로 행세한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정부와 노조 모두 아직까지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한 가운데 최근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면서 서로에 대한 경계심은 더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둔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가 분신을 시도해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고 결국 목숨을 잃었다.

이에 노조는 분노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건설노조 간부가 숨진 것과 관련해 정부의 야만적 노조 탄압 결과라고 규탄했다. 정당한 노조활동에 대한 탄압으로 동지를 분신에 이르게 했다며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전 세계 노동자의 단결과 투쟁의 날, 생산과 역사의 주인인 노동자를 기억하고 축하하는 노동절에 노동자가 분신하는 비극이 발생했다”며 “건설노조 강원지부 3지대장을 맡아 건설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투쟁해온 동지가 윤 정권의 노동탄압에 목숨을 걸고 항거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 측은 “계속되는 강압수사와 노조때리기가 불러온 분신 정국 속에서 노동조합이 투쟁할 수밖에 없도록 윤석열 정부가 만들었다”며 “건설노조는 탄압 속에서도 건설현장을 바꿔왔던 만큼 탄압 속에서도 더 단단하게 뭉쳐 건설노동자를 위한 길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탄압을 멈추라는 노조와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서로의 입장은 쉽게 협의되지 않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건설현장과 건설사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초래할지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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