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장, 여경에 식사접대·사진 요구
피·가해자 분리도 이뤄 지지 않아
파출소장은 피해자 흠집내기 2차 가해

서울소재 한 파출소에서 소장이 여성 부하 경관에게 부적절한 업무 지시를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소재 한 파출소에서 소장이 여성 부하 경관에게 부적절한 업무 지시를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서울의 한 파출소에서 여성인 부하 경관에게 사적 자리참석을 강요한 파출소장이 ‘직권경고’ 처분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솜방망이 처분과 미적지근한 관할 경찰서의 후속조치로 논란이 일고 있다. 

직권경고는 ‘징계사유에 이르지 아니한 경미한 사안의 경우’에 한해 경찰서장·지방경찰청장 등이 내리는 낮은 수위의 처분이다.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지도 않는다. 해당 파출소장은 경찰서에서 징계 수위가 논의되는 동안 파출소 직원들에게 진술서 작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파출소장의 갑질은 지난 7일 피해자 A경위가 경찰 내부망 ‘현장활력소’에 폭로글을 올리면서 처음 알려졌다. A경위는 소장이 지역 유지와의 사적 만남에 자신을 대동하는 등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경위가 게시판에 올린 글에 따르면 지난 4월 파출소장으로부터 식사 자리에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나갔더니 회장이라 불리는 80대 남성이 앉아 있었는데 지역행사 등에 기부금을 내온 유지라고 했다. 

이 자리에서 파출소장은 A경위에게 회장과 함께 사진을 찍을 것을 강요했다고 한다. 회장은 A경위를 “파출소장 비서”라 부르며 과일을 깎게 했다.

또 파출소장은 8일 뒤 A경위에게 “회장 호출이십니다. 잠깐 왔다 가셔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A경위가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거절하자 소장은 전화를 걸어 “우리 회장님이 승진시켜준대. 똑똑하게 생기셨다고 너무 칭찬을 많이 하시니까 사진만 받아서 가요. 퇴근 준비해서 와요. 그냥 왔다가 가버려”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갔더니 복도에는 식사 자리에서 찍은 사진이 비슷한 사진들과 함께 걸려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파출소장은 근무 시간에 A경위에게 실내 암벽 등반장에 가자고 해 둘이서 암벽 등반까지 해야 했다. 이상한 지시가 반복되자 A경위는 지난 5월 15일 관할 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 이 같은 내용을 신고하고 병가를 다녀올 테니 소장과 분리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A씨가 병가를 마치고 돌아온 지난 5월30일까지 파출소장은 파출소 2층에서 근무를 이어갔다. 감찰 결과도 구두 처분인 직권 경고에 그쳤다. 

관할 경찰서는 근무 시간에 사적인 자리에 불러낸 건 부적절하지만 갑질이나 강요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걸로 전해졌다. 또 감찰이 이뤄지면 감찰 대상자와 피해자는 분리가 원칙인데 A경위가 이미 병가를 냈다며 2개월 간 인사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파출소장은 본인에 대한 감찰이 진행되는 동안 피해자에 대해 ‘흠집내기’를 시도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파출소 직원들에게 A경위의 근무태도와 근무복 미착용 등을 지적하는 내용의 진술서를 써달라고 요구하는 식이였다.

이를 견디지 못한 A경위가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렸고 피해를 폭로한지 반나절가량 지난 7일 오후에야 파출소장은 다른 보직으로 발령됐다.

관할 경찰청 관계자는 “피·가해자 분리가 다 된 상태”라며 “합당한 처분을 내린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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