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위한 제도”로 완성한 유연한 일터
디지털·다양성이 만든 새로운 조직문화 공식

금융권의 변화는 단지 상품과 실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조직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 내부 커뮤니케이션, 직장 내 문화 또한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의 사내문화와 그 진화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고, 각 금융그룹이 추구하는 조직문화의 철학과 전략, 그리고 실제 제도와 실천을 통해 ‘금융 그 이상’을 실현해가는 과정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KB금융그룹은 ‘창의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조직문화’를 표방하고 ‘즐겁게 일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사진=KB금융지주
KB금융그룹은 ‘창의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조직문화’를 표방하고 ‘즐겁게 일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사진=KB금융지주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KB금융그룹은 ‘창의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조직문화’를 표방하며, 유연성과 다양성을 핵심으로 하는 일터를 지향하고 있다.

특히 출산·육아, 건강관리, 소통 방식 등에서 선도적인 제도를 도입해 국내 금융권의 문화 혁신을 이끌고 있으며, ‘즐겁게 일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일과 삶, 그리고 가족을 위한 배려

KB금융은 저출산 문제와 일·가정 양립 과제에 적극 대응하며, 다양한 복지제도를 통해 직원의 삶 전반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재채용 조건부 육아퇴직 제도’는 금융권 최초로 도입된 제도로, 육아휴직 후 경력단절 없이 3년 내 동일 조건으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실질적인 지원을 실현하고 있다.

육아휴직은 법적 기준을 넘어 확장 적용된다. 예컨대 KB국민카드는 자녀의 연령 기준을 만 12세 또는 초등학교 6학년 이하까지 확대해, 실질적인 부모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운영하고 있다. 출산 전후 휴가는 최대 6개월까지 유급으로 보장되며, 난임 치료 휴직도 최대 1년까지 가능하다.

가족 돌봄 측면에서도 세심한 배려가 담겨 있다. 가족의 질병이나 양육을 위한 유급휴가와 휴직이 마련돼 있고, 어린이집 및 보육비 지원, 장애아를 둔 직원에 대한 보조비 지원 등 실질적인 복지제도가 체계적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기에는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제도도 시행 중이다.

근무시간에 있어서도 KB금융은 유연성을 핵심 가치로 삼는다. 파트타임, 재택근무, 선택적 근로시간제, 시차출퇴근제 등 다양한 형태의 유연근무제를 통해 직원 개개인의 생활 리듬과 업무 집중도를 모두 고려한 탄력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심리적·신체적 건강도 회사의 중요한 책무로 인식하고 있다. 그룹은 심리상담센터와 ‘EAP(근로자지원 프로그램)’를 운영하고 있으며, 헬스케어 플랫폼 ‘오케어(O-Care)’를 통해 직원과 가족의 건강을 종합적으로 관리한다. 이는 단순한 복지를 넘어, 장기적인 인재관리 전략과 연결된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 위에 KB금융은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2019년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주요 계열사가 연이어 인증을 받으며, 조직 전반의 문화를 '사람 중심'으로 재편해가고 있다.

KB금융 양종희 회장이 지난 2월 KB국민은행 일산연수원에서 진행된 ‘WE STAR 멘토링 프로그램’ 참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B금융그룹 제공
KB금융 양종희 회장이 지난 2월 KB국민은행 일산연수원에서 진행된 ‘WE STAR 멘토링 프로그램’ 참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B금융그룹 제공

◆디지털로 연결되는 수평적 소통의 현장

수직적 위계가 뚜렷한 금융권의 전통적 문화를 넘어서기 위한 KB금융의 노력은 조직 전반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룹은 ‘수평적 소통’과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가치를 중심에 두고, 이를 사내 제도로 체계화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시도가 그룹 내 다양한 임직원 소통 채널의 운영이다. ‘타운홀미팅’, ‘KB소통Day’, ‘Reverse Mentoring’, ‘깨비싸롱’ 등 각 계열사별로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세대 간, 부서 간 교류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 특히 MZ세대가 멘토가 되어 임원들과 소통하는 리버스 멘토링은 상호 이해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이디어 제안과 피드백 문화도 정착되고 있다. 그룹문화인재개발센터는 반기별로 조직문화 진단을 실시해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 있으며, ‘Idea Board’ 같은 공식 창구를 통해 주니어 직원과 경영진 간 의견 교환을 활성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형식적 참여를 넘어, 실제 개선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디지털 기반의 협업 도구도 빠질 수 없다. KB금융은 자체 개발한 협업툴 ‘worKB’를 도입해 메신저, 일정관리, 전자결재 등 모든 협업 기능을 하나로 통합했다. 이 플랫폼은 PC뿐만 아니라 모바일에서도 사용 가능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유연한 근무를 가능하게 한다.

소통과 협업의 디지털화는 단순한 효율성 차원을 넘어, 신뢰와 연결의 문화로 이어지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의견을 나누고 함께 결정하는 구조는 구성원들에게 ‘함께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며, 조직에 대한 주인의식을 강화하는 토대가 된다.

아울러 KB금융은 ‘KB칭찬시스템(KB-TRUST)’을 통해 연간 20만건 이상의 감사 메시지가 오가는 문화를 정착시켰다. 익명성과 공개성을 적절히 조율한 이 시스템은, 금융업 특유의 경직된 분위기를 유연하게 풀어주는 윤활유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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