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최찬우 기자]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국민총생산(GDP) 대비 5% 국방비 증액 목표가 공식화될 예정이다. 기존 2% 기준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 방산 기업에겐 분명 기회다. 대한민국은 이미 2022년 폴란드 향 K2 전차 180대·K9 자주포 등 약 120억달러(약 16조5000억원) 규모의 딜을 성사시켰고 2023년 방산 수출은 약 140억달러(약 19조2500억원)에 이르며 세계 10위권에 진입한 상태다.
하지만 눈부신 성과 뒤에는 현지 생산·기술 이전 없이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유럽은 EU 차원의 ‘레디니스2030’ 프로젝트에서 국방 장비의 65% 이상을 역내 조달하도록 하고, 내수·내제조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미 한화·현대로템 등은 폴란드 현지 합작법인(JV) 설립 및 로컬 공장 투자를 추진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JV 설립을 위해 약 6000억원을 마련했고 K239 천무, K9 포탄 등을 현지 생산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방산 기업들이 직면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단순 수출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유럽시장은 보호무역주의와 까다로운 조달 기준이 강화되는 추세다.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현지 정치·경제 환경에 대한 깊은 이해와 민관 협력도 중요하다.
핵심은 속도가 아닌 체질이다. 단발성 수출이 아닌 유럽의 전략적 국방 수요를 채우는 동반자 역할이 필수적이다. 기술 이전, 장기 유지보수 체계, 현지 인력 양성까지 포함된 ‘패키지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5%로!”를 외치며 미국 의존 대신 전략 자립을 강조하는 유럽의 방향성은 한국 방산에게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기회는 확대되고 있지만 준비 없이는 리스크도 크다.
진정한 글로벌 K‑방산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단기 매출에만 치중하지 않고 현지화와 정책 연계, 정치·산업적 안배를 포함한 중장기 전략이 요구된다.
현재 K-방산은 단기 수출에 취할 때가 아니다. 현지화와 함께 기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도 병행해야 한다. 유럽은 함께 갈 파트너를 찾고 있다.
단기 실적에만 매몰되다 보면 유럽 현지화라는 ‘정치적 리스크’에 휘말릴 수 있다. 한 발 앞선 기술과 현지화 전략으로 ‘지속 가능한 방산 수출국’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