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자 우위로 고객들 추가 부담
관세 부담 감소 위한 검토 등 진행

[서울와이어 이민섭 기자] 한국 전력업계가 미국 트럼프 관세 폭풍에도 순항한다. 노후 전력 인프라 교체 수요,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등 구조적 공급 부족에 따른 '협상력 우위'가 긍정적인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27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이상현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력기기·에너지솔루션 기업 HD현대일렉트릭이 고객으로부터 미국 추가 관세의 대부분을 보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기업활동(IR) 간담회를 열어 고객 중 60%는 추가 관세분을 보전해주기로 협의했다. 나머지 40%는 협상 중이다.
이 연구원은 수주-납기 리드타임이 3~4년에 걸쳤고 일부는 2030년 초반까지 수주 협상이 진행된다고 상황을 전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공급자 우위의 시장 분위기가 형성됐고 HD현대일렉트릭은 고품질 제품을 적기에 공급할 역량이 있다"고 말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달 15일 분기보고서에서 전력망은 국가 에너지 안보·경제 발전에 중요한 요소로 안정성·신뢰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사고 발생시 고객에게 매우 큰 비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주요 고객들은 제품을 선택할 때 과거 실적, 브랜드 인지도, 제품 신뢰도를 중시한다고 밝혔다.
HD현대일렉트릭 측은 검증이 부족한 신규 브랜드가 전력 인프라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어렵다며, 자사는 북미, 중동 등 세계 주요 시장에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했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등 세계 각국의 향후 무역 장벽에 대해서도 우수한 품질과 해외 네트워크 관리 등을 통해 대응력을 갖출 방침"이라고 말했다.
공급자 우위 상황은 LS전선·대한전선 등 전선업계도 해당된다. 구본규 LS전선 대표이사는 지난 4월28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미국은 공급이 수요에 비해 굉장히 부족해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관세를 우려하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지만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한전선도 관세 등 통상환경 변화에도 흔들림없이 수주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초고압 케이블 시스템, 노후 전력망 교체 솔루션 등 고난이도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기술력은 검증됐고, 가격 경쟁력 이상의 가치를 제공해 관세 리스크를 극복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력업계는 현재 상황에 방심하지 않고 우위를 확고히 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인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통상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해 비관세 장벽을 완화할 수 있도록 민간 기업 차원에서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공급 안정성 강화를 위해 미국 내 생산 법인 확보 등 현지화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