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의 위기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자료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의 위기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자료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서울와이어=김종현 기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전기차업체인 테슬라의 위기가 생각보다 심각하며 적자전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CNN방송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테슬라의 현재 문제는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주말 소셜미디어 설전 그 이상이라면서 수익성과 매출 전망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으며, 심지어 적자 전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작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최대 후원자였으며, 이번 임기 초반 마러라고와 백악관을 자주 드나들며 '정부효율성부(DOGE)'의 수장을 맡아  인력 감축을 주도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트럼프의 세금 및 지출 법안에 반발해 신당 창당을 선언하며 두 사람의 관계는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벌어졌다.

머스크의 정치적 발언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테슬라 주가는 7일 6.8%나 추락했고 8일엔 1.3% 반등에 그쳤다. 투자자들은 머스크가 회사 운영보다는 정치에 집중하고 있는 것에 우려한다.

웨드부시의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머스크가 정치에 몰두하는 것은 지금 테슬라에 절대적으로 잘못된 방향"이라면서 테슬라 이사회가 머스크의 정치 활동에 제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테슬라가 자율주행과 로봇 등 차세대 성장 단계에 진입하려는 중요한 시기에 머스크가 신당 창당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것은 사업에 치명적인 리스크라고 경고했다. 

윌리엄블레어증권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서명한 대규모 감세법안은 전기차(EV) 구매자에게 제공되던 7,500 달러의 세액 공제를 폐지했을 뿐만 아니라, 연방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자동차 제조사에 부과되던 벌금도 없앴다. 이 벌금은 그간 내연기관차 위주의 제조사들이 테슬라 같은 전기차 기업으로부터 탄소배출권을 구입하도록 강제해 온 요인이었다.

이 탄소배출권 구입이 사라지면 테슬라의 관련 매출은 증발한다. 2019년 이래 테슬라에 약 106억 달러의 수익을 안겨줬던 돈 주머니가 없어지는 것이다. 윌리엄블레어증권은 "이러한 탄소배출권 거래 수익이 없어지면 테슬라는 지난 2021년까지 연간 순이익을 기록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올해 1분기처럼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는 적자 전환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1분기 테슬라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1% 급감했다.

테슬라의 기술적 경쟁력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자율주행 택시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로 이미 오스틴을 포함해 샌프란시스코, LA, 피닉스에서 상용화된 웨이모(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자회사) 서비스에 비해 크게 뒤처졌다.

심지어 일부 영상에서는 테슬라의 로보택시가 도로의 반대편 차선으로 주행하거나, 주차된 차를 향해 앞바퀴를 돌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는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테슬라는 판매 실적에서도 부진을 겪고 있다. 올해 1, 2분기 모두 글로벌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이는 테슬라 역사상 최악의 하락세다. 전체 글로벌 전기차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은 갈수록 줄어드는 모습이다.

시장 점유율 하락의 요인 중 일부는, 경쟁 자동차 제조사들의 전기차 전환 가속화,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영토 확장이다. 중국의 비야디는 올해 연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에서 테슬라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비야디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하지만 수요 둔화는 단순히 전기차 보조금 중단이나 기술적인 문제만이 아니다. 머스크의 정치적 활동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매출에 타격을 주었고, 트럼프와 거리두기를 시도하고 있음에도 브랜드 이미지 훼손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 초 미국, 캐나다, 유럽 등지의 테슬라 매장 앞에서는 머스크의 정치행보에 반발해 수백 건의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머스크가 자초한 이런  이미지 손상은 테슬라 주가 하락세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 테슬라는 기술과 매출, 머스크의 경솔한 정치행보 등으로 설상가상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투자자들은 머스크의 '결자해지'를 바라고 있지만 전망은 그다지 밝아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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