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공급과잉이 한국 고부가소재 POE 발목 잡아
범용화학→스페셜티 구조 전환으로 미래 선점해야

[서울와이어=이민섭 기자]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가 범용화학에서 스페셜티로 산업 구조 전환을 노리는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발목을 잡았다. 고부가가치 소재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감산 소식이 잇따르는 가운데,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친환경 소재 등으로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는 대안이 떠올랐다.
22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에서 운영하는 POE 4공장의 가동을 중단한다. POE 1~3공장은 그대로 운영하고, 4공장은 글로벌 시장 상황에 따라 재가동 여부를 결정한다. LG화학 관계자는 "시황 변동에 따라 일부 라인의 생산량을 조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도 지난 4월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여수3공장 내 POE 설비의 가동을 중단했다. 장기 가동 중단을 염두에 두고 설비 내부를 질소로 충전해 보존 처리도 완료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운영 효율화 측면의 생산 중단"이라며 "생산 라인 조정 작업의 일환이고 POE는 우선 순위에서 떨어진다"고 말했다.
POE는 자동차 내외장재, 태양광 패널 필름, 전선, 신발, 케이블 등에 다양하게 쓰이는 고부가가치 소재다. 앞서 한국 석화업체들은 범용 화학 부문에서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 POE 생산을 결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POE가 지금 당장을 견디는 '브리지 역할'로 여겨진다. 과거에는 고부가 제품이었지만 현재 범용 제품이 된 사례가 많아 다른 제품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석화업체들의 설명이다.
안혜영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은 범용 제품에서 한국을 이미 따라왔다"며 "고부가가치 소재 중 POE처럼 접근하기 쉬운 소재는 금방 추월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부가가치 위주 사업 재편 전략은 필수지만, 보다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또한 안 연구위원은 "한국은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미국, 유럽 등의 기술력을 따라잡아야 하고, 중국의 추격도 견제해야 한다"며 "따라서 중국과 격차가 상대적으로 크고 전 세계적으로 뚜렷한 선도 기업이 없는 '친환경 제품' 시장 선점을 위해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환경 제품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R&D를 통한 기술력 확보가 필수다. 하지만 최근 한국 주요 석화업체들의 투자 여력이 약해져 중국과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화학산업협회 관계자는 "기업은 R&D에 힘쓰고 정부 등 제3자가 지원해야 한다"며 "원론적이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